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자체적으로 채권추심변호사회를 창립하고 채권추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급증한 변호사들의 새 일거리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듯하다.
채권추심업무 역시 공인중개업무와 마찬가지로 법률행위가 아닌 사실행위로서 추심영업을 하고자 하는 자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엄격한 요건을 갖추고 금융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변협은 변호사법 제3조의 법률사무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데 이는 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오류라고 볼 수 있다.
신용정보법에서는 채권추심업무를 “채권자의 위임을 받아 변제하기로 약정한 날까지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한 자에 대한 재산조사, 변제의 촉구 또는 채무자로부터의 변제금 수령을 통해 채권자를 대신해 추심채권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변제촉구와 변제금 수령 등 사실행위로 제한하고 있으며 소송·압류 등 법률행위는 제외하고 있다.
변협은 채권자를 대신해서 전화·우편·방문 등을 통해 변제를 독촉하고 변제금을 수령하는 행위를 법률행위라고 해석하는 것인데 이것은 채권추심업무를 하기 위해 금융위 허가를 받도록 한 신용정보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 지난 1997년 신용정보법 개정 시 신용정보법과 변호사법의 상충 방지를 위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 나온 결과다.
신용정보법에서는 채권추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50% 이상 출자한 법인으로서 최소 3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갖추고 법령에서 정한 기준 이상의 상시고용 인력과 전산설비 등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불법추심을 방지하고 사회적 관심사인 개인신용정보 보호와 소비자인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단지 변호사라는 이유로 누구나 채권추심업무를 하게 된다면 무분별한 채권추심 변호사의 난립으로 채무자의 심각한 권리침해가 발생해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또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채무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지 법률지식이 많은 변호사라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설립 요건을 갖추고 지속적·정기적으로 감독당국의 검사를 받고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일본·영국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도 채권추심업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허가 대상에서 변호사는 제외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단순한 변제독촉인데도 법무법인이나 변호사의 명의로 독촉하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송·압류·경매 등의 법적 조치로 오인할 수 있어 강한 정신적 압박을 받게 돼 소비자의 불만과 민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만약 변호사의 생존 방책이 필요하다면 월수입이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저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채권추심인의 밥그릇을 뺏으려 할 것이 아니라 일반인이 갖고 있지 않은 법률지식을 기반으로 실제로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을 찾아 세분화하고 전문성을 키워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