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흑석뉴타운 일대를 ‘서(西)반포’라고 부릅니다. 정부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규제를 피해 반포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매수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동작구 흑석동 A공인 대표)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정부의 잇단 규제 강화에도 한남, 노량진, 흑석뉴타운 등 사업이 진전되고 있는 주요 입지의 재개발구역에서는 여전히 매수세가 식지 않으며 매물 시세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 예상 부담금 공개, 안전진단 기준 강화 조치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에 대한 매수세가 주춤해진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실제 서울의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의 지난 1~3월(25일 기준) 거래량은 7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해 1·4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26일 동작구 흑석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흑석뉴타운9구역에서 전용 면적 59~84㎡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단독 주택 매물의 웃돈 시세는 올해 초 3억 8,000만원에서 최근 4억 5,000만원대로 뛰었다. 해당 매물의 약식 감정가는 4억~4억 5,000만원대며 웃돈을 더해 8억 5,000만~9억원대의 가격에 매매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지난해 말 8개 구역 모두 재개발조합 설립이 마무리된 인근의 노량진뉴타운 역시 매물 품귀에 따른 시세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노량진동의 한 공인 대표는 “재개발사업에서 조합 설립이 가장 어려운 단계로 평가되는데 지난해 마지막 남은 3구역 조합 설립을 계기로 시세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지 지분 33㎡(10평) 미만 소형 매물은 소유자들이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는 추세라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역 공인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적절한 매물을 구하기 어렵고 시세가 너무 오르다 보니 더 이상 투자로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3구역이 한강변에 5,800여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재개발사업계획안으로 지난해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 건축심의를 잇달아 통과해 주목 받았던 한남뉴타운 일대에서도 소형 매물을 구하기 어렵고 대지지분 132㎡(40평) 이상 중대형 매물들만 간혹 거래가 이뤄지는 추세다. 한남동의 한 공인 대표는 “이미 손바뀜(매매 거래)이 거의 다 완료됐고 앞으로 오를 가격도 현재 매매 시세에 반영돼 있다”며 “앞으로는 매수세 위축, 정부 규제 강화 등으로 시세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고 전했다.
매수세가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 입주권 거래량은 지난해 10월 60건으로 최저점을 찍은 후 반등해 12월 173건에서 올해 1월 234건, 2월 256건, 3월 243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분양권은 지난해 10월 162건에서 12월 539건으로 늘었다가 올해 1월 154건, 2월 130건, 3월 85건으로 줄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입주때 까지로 연장된데다 보유 기간에 따라 6~40%였던 양도소득세율이 올해 1월부터 50%로 높아진 것이 분양권 거래를 위축시킨 반면 아파트 청약에도 가점제가 도입되면서 청약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입주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경 부동산 펠로인 서대문구 황해공인의 선명규 대표는 “경희궁자이, e편한세상 신촌 등 재개발사업구역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들의 시세가 급등하면서 웃돈 3~4억원을 주고 사더라도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여전히 매도자보다는 매수자가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박경훈·허세민·서종갑·이재명기자 socoo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