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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대' 첫방] '막영애' 제작진, 의사 없는 의드로 현실공감 잡았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가 유쾌하지만 현실적인,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26일 방송된 tvN 새 월화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극본 명수현, 연출 한상재, 이하 ‘시그대’)에서는 계약직 물리치료사 우보영(이유비 분)의 수난기가 그려졌다.

/사진=tvN




우보영은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고 있는 물리치료사. 다만 계약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계약직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정규직은 계약직에게 일을 떠넘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인턴은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말도 잘 듣지 않았다.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정규직을 채용한 것은 3년 전 이후로 없었다. 우보영은 “싼 맛에 쓸 수 있는 계약직을 다시 뽑는다”며 정규직이 되기 힘든 현실을 자조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계약직은 실습생에게 실습 점수를 주는 것도 불가능했다.

우보영은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대한 결과로 친절직원에 선정됐다. 가장 많은 친절직원 추천카드를 받은 것. 그러나 병원 윗선에서는 계약진이 친절직원에 뽑힌 전례가 없다며 정규직으로 다시 뽑을 것을 지시했다. 계약직의 설움은 커져만 갔다.

본래 시를 좋아해서 시인을 꿈꿨던 우보영은 가세가 기울자 빨리 취업하기 위해 물리치료과에 지원한 과거가 있었다. 오직 안정적인 직장 하나를 위해 물리치료사가 된 것. 그러나 취업을 한 후에도 정말 마음 편할 날이 오기까지는 멀게만 보였다.

녹록치 않은 현실을 사는 것은 우보영뿐만이 아니었다. 실습생 김남우(신재하 분)는 계약직이라도 채용되기 위해 물리치료사들에게 잘 보이려 노력했다. 집이 망하고 궁상의 아이콘이 된 그는 실습점수를 위해서라면 친구의 비밀까지 털어놓는 사람이 됐다.



방사선사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다. 한주용(박선호 분)은 수술 도중 의사에게 “내 말 안 들려, 기사 양반”이라며 지적받았다. 김대방(데프콘 분)은 “엄연히 협업이고 우리도 전문가인데 존중하고 살자”며 사이다를 날렸지만, 방사선사에 대한 인식은 씁쓸함을 남겼다.

‘시그대’는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실습생 등 ‘코메디컬 스태프(Comedical staff):의사 외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종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역발상 병원드라마. 여타 의학드라마와 달리 의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점에서 신선함을 발휘했다.

최근 시즌까지 ‘막돼먹은 영애씨’를 연출한 한상재 PD와 ‘막돼먹은 영애씨’ ‘혼술남녀’를 집필한 명수현 작가가 다시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인간군상을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냈던 두 사람은 이번에도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애정 넘치게 담아냈다.

천재적인 수술 능력도, 병원을 휘어잡는 정치력도 없지만 그래서 더욱 눈길이 가는 드라마였다. 의사에게 집중된 포커스를 측면으로 돌리면서, 직종을 떠나 많은 직장인이 안고 있는 고충을 깨닫게 했다. 대부분이 겪는 현실을 무겁지 않게 풀어내며 공감을 더하는데 성공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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