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7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7세)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범행과 무관한 사람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재심, 무죄 판결, 진범 재판을 거친 이 사건이 18년 만에 마무리된 것.
지난 2000년 8월 10일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기사 유모씨가 자신이 몰던 택시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을 거뒀다. 경찰은 최초 목격자였던 최모씨를 범인으로 검거, 최씨가 유씨와 다투다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2심에서 징역 10년을 받은 최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최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경찰은 진범 김씨를 붙잡고 자백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검찰은 범인이 복역 중이라는 이유로 구속 영장 청구를 기각했고, 김씨 또한 앞서 자백을 번복하며 혐의를 벗었다.
지난 2010년 만기 출소한 최씨는 2013년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2016년 법원은 최씨에게 가혹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6년 만에 최씨의 누명이 풀린 것. 이에 김씨가 진범으로 체포됐으며 법원은 김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앞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최씨가 재심을 청구한 2013년과 2년 후인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대해 다뤘다. 사건 발생 당시 16세였던 최씨에게 불법체포 및 감금, 가혹 행위가 있었던 것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택시 운행상황을 보여주는 타코미터 기록 감정도 실시했다. 이른바 ‘팩트체크’에 나선 것. 이를 통해 당시 최씨가 물리적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없었다는 가능성을 제기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2월 개봉한 영화 ‘재심’도 동일한 사건에 주목했다. ‘재심’은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10년을 살인자로 살아온 청년과 벼랑 끝에 놓인 변호사가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렸다. 최씨의 억울한 10년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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