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로 공을 넘겨받은 국회가 27일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을 시작으로 자체 개헌안 마련에 착수했다.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투표시기, 권력기관 개혁 등 4대 쟁점 사항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막판 일괄 타결을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야당이 요구해온 국회 총리추천제를 포함해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정당별 셈법이 달라 극적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 개헌안 협상에서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바로 권력구조 개편이다. 이번 개헌의 목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야권은 국회가 직접 총리를 선출하거나 추천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날 정부 개헌안을 발의한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앞세워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총리추천제에 대해 “대통령제에서는 양립하기 어려운 유사 내각제”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권력구조를 양보하지 못하면 협상 자체가 안 되는 것”이라며 권력구조 개편에 관해 전혀 물러설 뜻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당과 함께 총리추천제를 제안했던 민주평화당의 조배숙 대표는 “타협 가능성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 대통령과 여당의 통 큰 양보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與野 국회 총리 추천 등 기싸움
소수당, 선거제도 개편에 사활
막판 일괄 타결 구상 가시밭길
국회의석수와 직결되는 선거제도 개편은 거대 양당보다는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등 중소정당들이 더 적극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핵심 의제다. 과다한 사표(死票)로 정당득표와 의석비율이 일치하지 않는 현행 선거제도는 오랫동안 소수정당들의 발목을 잡아왔기 때문이다. 개헌을 둘러싼 민주당과 한국당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3당들이 비례성을 강화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조건으로 협상력을 발휘할 경우 의외로 손쉽게 풀릴 수도 있다. 다만 향후 전체 의석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여야 모두 부담이다.
개헌 협상의 4대 의제 중 하나로 투표시기가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동안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시기의 분리를 주장해온 한국당에 맞서 오는 6월 동시투표 입장을 굽히지 않던 민주당이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절충안으로 ‘내용합의 후 투표시기 조절론’을 제안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전날 여야 원내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개헌내용이 합의된다면 국민과 대통령에게 이해를 구하고 시기를 조절해서라도 개헌을 성공시키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 등 주요 쟁점에서 합의가 이뤄질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 권력기관 개혁 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