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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만한 후보도 없는데"...안갯속 브라질 대선

룰라 항소심 패배...12년1개월 징역형 확정

체포·수감 땐 10월 대선 출마 사실상 불가

노동자당 "체포하면 국민적 저항 직면할 것"

아르헨 등 주변국도 룰라 지지하며 정부 압박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패하며 브라질 대선이 안갯속에 빠졌다. 10여명의 대선후보들 간 지지율이 미미한 가운데 독보적인 지지율을 보이는 룰라 전 대통령이 향후 체포 또는 수감될 경우 브라질 대선 판도는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남부 포르투알레그리시에 있는 제4지역연방법원에서 열린 룰라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판사 3명의 전원찬성으로 징역 12년1개월의 형량이 확정됐다. 지난 2009년 상파울루주 과루자시의 아파트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도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와 돈세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했다. 연방대법원은 다만 룰라 측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 심리 예정일인 다음달 4일까지 룰라 전 대통령을 체포·수감하지 못하게 했다.

이에 따라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여부는 신병이 결정되는 다음달 4일에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만일 룰라 전 대통령이 대법원 결정으로 체포나 수감될 경우 올해 대선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해 브라질 정가에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동자당 지도부는 룰라 전 대통령이 수감되더라도 옥중출마를 통해 대선후보로 내세우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일단 노동자당은 상급법원 항소 등으로 재판 일정을 8월 대선후보자 등록일까지 최대한 지연시켜 룰라 전 대통령을 출마시킨다는 복안을 가졌다.

브라질 선거법상 유죄가 확정되면 공직에 나설 수 없지만 법원이 피선거권 박탈을 유예하기로 결정하면 최종심 판결 전에 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는 등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만큼 노동자당 입장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분석이다.



노동자당은 물론 브라질 주변국들의 전직 대통령들도 룰라 전 대통령을 지지하며 브라질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글레이지 호프만 노동자당 대표는 “룰라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브라질에서 전례가 없는 헌법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룰라를 체포하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전 에콰도르 대통령 등은 물론 남미 최대 정치기구인 남미국가연합의 에르네스토 삼페르 사무총장도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출마 허용을 촉구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룰라 전 대통령은 현재 브라질 남부 도시를 중심으로 유세를 지속하고 있다. 19일부터 시작된 유세는 28일 남부 쿠리치바시에서 마무리될 예정이다.

노동자당 일각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대체 후보를 물색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보도가 현지 언론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의 불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쟁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대선후보로는 10여명이 뛰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기독교사회당(PSC) 후보가 16.8%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마리나 시우바 지속가능네트워크(Rede), 제랄두 알크민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시루 고메스 민주노동당(PDT) 후보 순으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 여당 후보로는 사상 최악의 불황이었던 브라질 경제의 회생을 이끌며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엔히크 메이렐리스 재무장관이 최근 대선 출마를 표명했다. 그는 다음달 초 사임한 뒤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속한 우파정당 브라질민주운동(MDB)으로 당적을 옮겨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메이렐리스 장관은 지지율이 낮은 점을 고려해 테메르 대통령과 러닝메이트를 이루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대선의 1차 투표는 오는 10월7일 실시된다.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같은달 28일 결선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린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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