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50여 년 전 캐나다 식민정부의 재판에 의해 사형이 집행된 원주민 지도자 6명의 무죄를 선언하고 혐의를 벗겨주었다.
트뤼도 총리는 26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을 통해 이들 족장을 사형 집행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그들이 무죄임을 천명했다고 캐나다 CBC 방송과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트뤼도 총리는 “오늘 우리는 실코틴족(Tsilhqot‘in) 족장들 앞에서 과거에 실코틴족에게 저질러진 정부의 행위를 전적으로 인정하고, 캐나다 정부의 깊은 유감을 전하고자 함께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실코틴족 족장 6명이 식민 정부나 법 절차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부당하게 범죄자로 처벌받은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그 일은 우리의 권한 아래에서 이뤄진 만큼 우리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야만 한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의 땅에 길을 내던 백인 노동자들과 다투던 실코틴족 족장 5명은 1864년 유혈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회담인 줄 알고 상대 진영을 찾았다가 체포된 뒤 유죄판결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식민정부 측의 이런 대응은 허락 없이 실코틴족 땅에 들어갔던 백인 노동자 14명이 죽임을 당한 뒤 나왔다. 1년 후 또 다른 실코틴족 족장 1명은 배상을 요구하다 교수형을 받았다.
실코틴족 후손들은 조상들이 억울하게 범죄자로 취급받아 사형당했다며 오랫동안 명예회복을 요구해왔다. 트뤼도 총리는 “정착민들이 금을 찾아 이 땅으로 왔을 때 먼저 그곳에 있었던 실코틴족의 요구를 묵살했고, 협의나 합의도 없었다”며 식민정부 판단과 달리 이들은 영토와 부족민, 삶의 방식을 지키려고 자신들 법에 따라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트뤼도 총리의 사과 연설이 끝나고 현장에 있었던 현재의 실코틴족 족장 6명은 부활을 알리는 의식을 하고 기념공연도 했다.
트뤼도 총리의 이번 사과는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 정부 조치에 뒤이은 것이다. BC 정부는 1993년 이들 원주민 족장 처형 장소에 기념 명판을 설치했으며, 2014년에는 주 총리가 이들의 무죄를 공식 선언했다. 한편, 실코틴족은 2014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BC 주로부터 자신들의 땅 소유권을 인정받아 캐나다 역사, 그리고 정부ㆍ원주민 관계에 한 획을 그은 바 있다.
실코틴족은 영국 왕실이 주권 지배를 선언했던 1846년 당시 400여 명이 준 유목 방식으로 생활하며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 지역은 현재 광역 밴쿠버의 절반 남짓한 면적이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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