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조건이 월등한 독일이나 스웨덴이 밀고 들어왔을 때 얼마나 견뎌줄지가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신태용 월드컵 축구 대표팀 감독이 2주 전 유럽 원정 평가전 명단을 발표하며 털어놓은 고민이다. 걱정거리인 체격 열세를 조직력으로 극복할 심산이던 신 감독은 그러나 체격에 더해 막판 집중력 저하라는 또 하나의 짐을 안고 귀국길에 오른다.
지난 24일 북아일랜드전(1대2 역전패)에서 85분(후반 40분)에 결승골을 내줬던 대표팀은 28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호주프에서 끝난 폴란드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인 92분에 역시 결승골을 허용했다. 수비 진용이 다 갖춰진 상태였는데도 피오트르 지엘린스키(나폴리)의 왼발 중거리 슈팅을 막지 못했다. 지엘린스키 앞에 있던 정우영(비셀 고베)이 더 붙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앞서 북아일랜드전 때도 수비가 다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너무 쉽게 실점했다. 상대 진영에서 길게 넘어온 공중볼에 장현수(FC도쿄)의 대응이 미흡했고 김민재(전북)는 폴 스미스를 놓쳤다. 21세 스미스는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1대1로 끝낼 경기를 1대2로 마감한 데 이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폴란드를 맞아서도 2대2로 끝낼 수 있던 경기를 2대3으로 마쳤다. “이 정도 준비로는 월드컵에서 창피당할 수 있다”는 경기 후 손흥민(토트넘)의 말은 냉정하면서도 정확한 진단으로 들린다. 그는 “두 골을 내주고 시작한 것은 문제가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첫 골은 크로스가 잘 넘어왔고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가 워낙 경쟁력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킥이 한 번에 넘어와서 허용한 두 번째 골은 있어서는 안 되는 장면이었다”고 꼬집었다.
카밀 그로시츠키(헐시티)에게 내준 두 번째 실점은 전반 종료 직전에 나왔다. 상대 역습 때 충분한 방해를 하지 못한 탓에 한 번에 최전방으로의 침투 패스를 허용했고 최종 수비 라인인 장현수·홍정호(전북)의 반응도 늦었다. 손흥민은 “월드컵에서는 우리보다 다 강팀이라 그렇게 간단하게 골을 내주면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두 골을 내주고 나서 따라간 정신력은 칭찬해야 할 부분이지만 선수로서 결과를 내야 하는 입장인데 두 경기 모두 결과를 못 냈다”며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0대2로 밀리던 한국은 후반 41분 이창민(제주)의 중거리 슈팅과 1분 뒤 황희찬(잘츠부르크)의 마무리로 한때 동점을 만들기도 했다. 손흥민은 2골에 모두 관여했다. 특히 동점골 때 왼쪽의 박주호(울산)에게 찔러준 패스가 좋았고 박주호가 중앙으로 연결해 황희찬이 가볍게 마무리했다.
권창훈(디종), 이재성(전북)과 함께 스리톱으로 기용된 손흥민은 전반 막판 황희찬이 투입되면서 투톱으로 돌아섰다. 손흥민은 “스리톱으로 섰을 때는 혼자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황)희찬이가 수비 뒷공간으로 움직이면서 공간이 생겼다. 서로 좋아하는 플레이가 뭔지 안다. (투톱 전술을) 좀 더 세밀하게 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플랜B로 (3-4-3 전술의) 스리백을 가동했는데 하루 만에 훈련해 조직력을 갖추지 못했고 선수(김민재)가 일찍 부상당해 오래 가져가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동안 손흥민과 투톱 호흡이 좋았던 이근호(강원)는 몸 상태가 덜 올라와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았다고. 좌우 윙백이 수비로 내려오는 스리백은 표면적으로는 수비 숫자를 늘리는 전술이지만 공수의 긴밀한 상호보완 없이는 수비 강화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초반에 측면을 공략당하면서 상대 에이스 레반도프스키에게 위험한 장면을 계속해서 허용했고 전반 32분에 결국 첫 실점했다. 이후 전반 막판 황희찬의 투입과 함께 4-4-2가 가동됐고 대표팀은 제법 대등한 쪽으로 분위기를 바꿔나갔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 23명은 오는 5월 발표되며 이제 남은 평가전은 5월28일 온두라스전 등 네 번뿐이다.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상대는 스웨덴(6월18일), 멕시코(24일), 독일(27일) 순이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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