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청와대의 주도 아래 각종 위법이 저질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를 ‘국정농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등 관련자 25명을 수사 의뢰 요청했다.
진상조사위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주도로 국정화 추진 결정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등이 위법·부당한 수단과 각종 편법을 동원해 국정화를 강행했다고 봤다.
진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집필진 선정, 편찬기준 수립 등 국정화 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편찬 기준 가운데 ‘새마을운동 성과와 한계를 서술한다’는 문장에서 ‘한계’를 빼고 ‘의의’를 넣도록 했다. 남북 평화 활동에 대한 내용도 빼도록 압박했다. 이밖에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 부당 운영 △국정화에 반대한 학자의 학술연구지원 배제 △홍보비 불법처리 △‘차떼기 의견서’를 통한 여론조작 등 각종 불법행위가 이뤄졌다.
진상조사위는 직권남용, 배임·횡령 등 혐의가 있는 관련자 25명에 대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도록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 서남수·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김상률 전 수석,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장,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 등이 포함됐다.
청와대는 지난 2015년 10월 전국역사학대회에서 국정화 반대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교육부에 대응을 지시했다. 또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지지 교수 모임 성명서 발표, 보수 성향 학부모단체 집단행동 등을 기획했다. 서울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에는 3개 팀 21명으로 구성된 국정화 추진 비밀 TF가 꾸려졌다.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학자들에게는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지원에서 배제하는 등 보복했다. 국정교과서 행정예고 의견수렴 과정에서 허위로 작성된 ‘차떼기 의견서’ 4만여장이 제출됐고 국정교과서 홍보비 12억8,000만원이 부적절하게 사용됐다. 진상조사위는 “초등 국정교과서 검정제 전환,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폐지 등 교과서 발행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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