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상승세가 한 풀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강북의 주요 신축 아파트 단지들에서 뒤늦게 신고가 갱신이 이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갭 메우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정 지역 집값이 상승하면 시차를 두고 다른 지역의 집 값이 순차적으로 오르면서 격차가 좁혀진다는 것이다.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북권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와 ‘경희궁 자이’의 매매 시세는 이달 들어서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이달 중순 13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달 초에 비해 1억원이 뛴 가격이다. 경희궁 자이 59㎡의 이달 신고가인 11억 8,000만원도 지난해 12월 마지막 실거래가인 9억6,500만원에 비해 2억원 이상 올랐다. 용산구 이촌동 이촌코오롱 전용 114㎡는 이달 초 최고가인 14억 9,000만원에 거래됐다.
특히 마포나 종로 등은 광화문,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하기 편리한 위치에 있고 강남 지역 아파트에 비해 아직 가격이 고점을 찍지 않았다는 심리가 작용해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마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근처에 주요 회사가 많이 몰려있고 여의도도 가까워 수요가 꾸준하다”며 “집주인들 중에서는 시세가 지금보다도 더 오를 것이라고 보고 아직 물건을 내놓길 꺼려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규제 등 강남을 겨냥한 각종 규제 영향 탓도 크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겨냥한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강북 신축 아파트 단지에 대한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게다가 앞으로 강북에서도 신축 아파트 단지의 공급이 지속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강북 신축 아파트 매수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달 집값이 정점을 찍고 조정 국면을 보이고 있는 강남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초까지만 해도 한 아파트당 30여건씩 나왔던 매물 수가 이달 들어서는 1~2건으로 줄었다”면서 “전반적으로 매물이 없고 가격도 너무 올라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합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세청이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에 대한 추가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5월부터는 강남권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가구별 부담금 예상액 통지가 예정돼 있다. 이렇게 정부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강남 주택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한편 강남의 상승세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강북의 오름세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리 및 보유세 인상 가능성 등의 예고된 악재가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서울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지영R&C연구소장은 “경희궁 자이 등 강북 주요 신축 단지들이 그 동안 직주근접 수요에 힘입어 시세가 올랐지만 이제는 수요자들이 더 이상 매수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서 앞으로는 시세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여전히 서울 강남과 강북의 집값 차이가 큰 만큼 최근 강북 일부 지역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북 지역 아파트 값은 강남을 뒤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는 만큼 지금은 강북 지역 아파트 값이 오를 시점”이라면서 “강남만큼 (집값 상승세가) 강하지는 않지만 수요가 공급보다 많고 떨어질 이유도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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