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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NG 터진 악재…실리콘밸리 덮칠 태풍인가, 미풍인가

[美 IT기업 시련의 계절]

태풍론

페북유출·자율차사고·규제 등 겹쳐

테슬라는 폭발에 파산 위기까지

나스닥 3% ↓…278조원 허공으로

미풍론

AI 등 신기술 개발 기대감 높고

트럼프 세제개편도 시장에 호재

잠시 등졌던 투자자 회귀 할 듯





지난해까지 글로벌 증시 호황을 견인했던 미국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가 27일(현지시간) 대거 폭락했다. 대형 IT 기술주인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은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반도체 관련주까지 떨어지면서 ‘세계 정치권의 IT 규제와 미중 통상분쟁의 여파가 페이스북·우버 등 선두업체의 위기를 넘어 실리콘밸리 내 IT 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반면 자율주행차·인공지능(AI) 등의 최첨단기술과 플랫폼 기업의 성장성은 여전히 분명해 최근의 위기가 일시적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3대 뉴욕증시지수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나스닥지수의 전일 대비 낙폭은 각각 1.43%, 1.73%, 2.93%를 기록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3% 가까운 낙폭을 보여 이날의 뉴욕증시 하락은 IT 기업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FAANG 주식에서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빠져나간 자금은 약 2,600억달러(약 277조9,150억원)에 달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기술주 하락은 페이스북의 정보유출 사태 및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고 여파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다음달 12일 미국 의회에서 증언하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의회에는 출석하지 않았던 저커버그 CEO가 미국 상원 사법위원회,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등 다수의 상임위원회에서 직접 해명을 요구하는 등 여론이 악화하자 직접 대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이어 캘리포니아주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을 금지하겠다는 우버의 ‘자율주행차의 보행자 사망사고’ 여파도 현재 진행형이다. 테슬라 자율주행차인 ‘모델X’가 지난주 교통사고 후 폭발로 운전자가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모델3의 생산 차질까지 겹쳐 테슬라는 파산 위기에 놓인 상태다. 헤지펀드 빌라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존 톰슨 CEO는 “회사는 이익을 내야 하지만 테슬라는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며 “일론 머스크가 마법을 부리지 않는 한 테슬라는 4개월 이내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위기가 미국 실리콘밸리 전체로 확장될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SNS 기업인 트위터의 주가와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의 주가도 각각 12.0%, 7.8%나 폭락했다. 트위터는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미국·유럽연합(EU) 등 각국 정부가 SNS 기업 전체를 포괄하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입안할 것이라는 관측에 타격을 입었다. 엔비디아의 하락은 자율주행차 사고의 여파가 반도체 업계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라고 경제전문방송 CNBC가 전했다. 짐 크레이머 CNBC 애널리스트는 “자율주행차는 수많은 반도체가 사용되기 때문에 IT주의 향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엔비디아에 특히 투자자들의 우려가 모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분쟁 역시 IT 업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서명한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는 중국의 대미투자 규제 방침이 포함돼 있다. 이 행정명령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 ‘중국계 자본이 미국의 선진기술을 노리고 IT 업계로 진출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최근 IT 기업의 위기가 일시적이라고 전망하는 견해도 많다. 최근 규제 전망에 막혔을 뿐 자율주행차·AI 등 신기술 발전 가능성은 뚜렷하기 때문이다.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웨이모는 영국 자동차 업체 재규어와 협력해 오는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자율주행차의 위기에도 신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플랫폼 기업의 높은 성장성을 보면 위기론 주장은 다소 과장됐다는 분석도 있다. 자사의 온라인 유통 채널과 유튜브 등 각종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아마존이 대표적인 예다. 아마존의 올해 예상 광고수익은 4,000억달러에 달한다. 아마존은 지난해 유기농 식료품 유통 업체 홀푸드를 137억달러에 인수하고 제약업 시장에 진출하는 등 플랫폼을 확대·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세제개편과 규제 완화도 실리콘밸리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통과된 세제개편안에는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미국으로 보낼 때 부과되는 송환세를 35%에서 12~14.5%로 인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다국적 기업인 애플·아마존 등에 혜택이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두브라브코라코스 부야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차례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뉴스에 과잉반응하고 있다”며 “강력한 거시환경과 기초여건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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