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화의 결정적인 장면에는 언제나 술이 등장한다. 고구려 건국신화에서 천제(天帝)의 아들 해모수는 하백의 딸 유화를 유혹하기 위해 맛 좋은 술을 꺼내 든다. 동유럽 국가 키프로스의 전통주 코만다리아는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가 아프로디테에게 바쳤다는 전설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
‘동아시아의 술 문화사’는 술잔 속에는 인류의 문화사와 문명 발달사가 그대로 담겨 있기에 술과 신화는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책은 수천 년에 걸친 술 제조 기술과 문화를 통해 당시의 정치·사회 환경이 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짚어나간다. 저자인 이화선은 사단 법인 우리술문화원의 원장으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소주의 ‘몽골 기원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대목과 동아시아 발효주의 발생 연원을 탐색하는 부분은 특히 흥미롭다. 저자는 우리만의 전통문화 자원을 지켜나가되 다른 문화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요소를 새롭게 찾아내 산업적으로 육성하는 ‘브랜딩 전략’을 고민해 보자는 제언도 곁들인다. 2만 3,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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