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실장의 배우자는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 여섯살 어린 유 실장에게 애정 공세를 펼친 후 진로를 고민하던 그를 공직사회로 이끈 장본인이다. 정 의원은 행시 30회. 국회의원이 되고 주말마다 지역구인 대구로 내려가는 남편에게 섭섭할 때도 있었지만 유 실장은 남편이 정치인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유 실장은 “남편은 저의 꿈을 항상 응원해줬다”며 “아들이 아팠을 때 나는 회사에 말을 못하고 일을 했지만 오히려 남편이 일찍 퇴근해 아들을 돌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마누라를 제일 골탕먹이는 방법이 정치하는 것이라는 소리가 있지 않느냐”며 “남편이 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나도 남편의 꿈을 응원해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치인 아내로서의 고충도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남편의 유세 현장에 따라 나가 명함도 돌리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며 “다른 후보자 아내들은 능숙한데 나만 어색한 것 같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유 실장에게 아픈 손가락은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딸. 그는 “12시에 퇴근해도 우리 딸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들어줄 엄마를 기다리는 딸을 보면 아무리 피곤해도 대화를 하고 잔다”고 말했다. 잦은 출장 때문에 함께하는 시간은 더욱 줄었지만 유 실장은 협상 테이블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난 후 호텔 방에 누워서라도 딸과 전화통화를 한다고 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딸에게 ‘피드백’을 해주는 일이 대다수. 그는 “딸이 좋아하는 영화 ‘왕좌의 게임’도 함께 봤고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의 책을 같이 읽고 얘기를 나눴다”며 “자식은 부모의 사랑과 시간을 먹고 자라는 생물체 같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있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군대를 다녀온 아들은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철이 부쩍 든 것 같아 걱정이 없다고도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들이 전화하면 돈이 필요하다거나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며 “군대를 다녀온 후 아들이 달라졌다. 아무 용건도 없이 전화해 나의 안부를 묻는다”고 뿌듯해했다.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그를 ‘덕장’으로 만들었다. 유 실장은 “후배들에게 야근을 시키지 않으려고 한다”며 “내가 일을 시킬 때마다 후배 자녀들의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 후배들에게도 “남성 문화를 따라가려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을 했다. 그는 “예전에는 남성들의 네트워크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술자리에 가기도 했다”며 “이제는 여성 공무원들도 많아졌다. 술자리보다는 자기계발을 하거나 가정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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