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다음달 27일로 확정된 가운데 청와대에서 미국이 거론하는 북핵 해법인 ‘리비아식’에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8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내놓은 지 이틀 만에 청와대가 입장을 수정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만 중앙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7월26일 북한을 공식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30일 “(리비아식 해법은) 북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되지만 미국 측에서 볼 때는 한미 공조의 균열로 여겨질 수 있는 발언이다. 게다가 청와대의 이 같은 시각은 북한과 중국이 주장하는 단계적·행동적 비핵화 방식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리비아식 해법은 최근 백악관 외교안보 라인의 최전선에 선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 등 이른바 ‘슈퍼 매파’가 북핵 해법으로 내놓은 방식이다. 그간 미국 정부가 일관 되게 주장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 원칙에 맞춰 북한이 핵을 완전히 없애고 나면 북한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군사 옵션까지 꺼낼 수 있다는 매파의 득세와 이 같은 핵 폐기 압박으로 북한은 한동안 수세에 몰리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비핵화 게임에 본격 등판한 중국을 등에 업은 북한이 미국 방식을 수용할 가능성은 다시 낮아졌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27일 비밀리에 전격 회동해 신밀월시대를 예고한 후 중국에서는 북한식 비핵화를 강조하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비핵화 게임판이 복잡해지면서 우리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섰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가운데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목소리를 높일 준비를 하고 있어 자칫하면 과거에 실패했던 6자회담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중국과 북한은 단계적 접근과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한 쌍궤병행을, 한국은 정상 차원의 통 큰 합의를, 미국은 CVID 방식을 원한다”며 “북중 양국과 미국 사이에 전략적 균형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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