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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대비 '열공'…불 꺼지지 않는 경찰서

일선 경찰들 자발적 스터디모임 만들어

밤 늦게까지 발표·토론·정보공유 등 활동

수사권 조정 시 업무공백 줄이는데 초점

"개인차원서 대비"…괜한 오해살까 걱정도





“전면적 자치경찰제의 실효성에 대한 발표를 이만 마치겠습니다. 질문 있나요?”

지난 27일 오후 10시 서울 시내 한 경찰서 건물 3층. 늦은 시각에도 사무실 불은 밝게 켜져 있었다. 책상 위에는 각종 자료가 쌓여있고 경찰관 여러 명은 질문과 토론을 이어갔다. 일과를 마친 경찰들이 밤 늦게까지 공부하는 주제는 ‘자치경찰제의 실현 가능성과 해외 사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인 요즘 일선 경찰서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시내 일부 경찰서 수사과 직원들은 자발적인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수사권이 조정됐을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공식 수사구조개혁안이 발표된 뒤에 준비하면 시간이 빠듯하다고 생각해 직원들끼리 미리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수사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 시내 한 경찰서의 A경위는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오래된 숙원이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공부에 나서는 직원들이 많다”며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어떻게 수사업무가 달라질지 단체카톡방을 통해 수시로 해외 사례나 판례, 형사소송법 등을 팀원들과 상세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사권 조정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서울 시내 경찰서 수사업무를 맡은 B경감은 최근 수사지원팀장과 과장이 모인 자리에서 ‘변호사가 참여하는 경찰 영장청구 방안’에 대해 프리젠테이션했다. 그는 “요즘은 팀원들이 공부를 많이 해서 해외 사례와 비교해 설명하기도 한다”며 “망신당하지 않으려고 밤 11시까지 퇴근 후 따로 공부한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들은 아직까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인데다, 최근 청와대·경찰·검찰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 탓에 이런 스터디 모임의 존재를 가급적 알리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지만, 이런 움직임 자체가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수사권 조정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해서다. 한 경찰서에서 스터디를 운영 중인 C경위는 “어디까지나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차원에서 준비를 하는 것이지 절대 수사권을 경찰이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해서 하는 게 아니다”며 “경찰 개개인 차원에서 연구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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