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파블로 피카소(1881~1973년)의 자화상 추정 유화 작품이 7,000만 달러(한화 약 744억원)에 거래될 전망이다.
AFP통신이 30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경매업체 크리스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르 마랭’(Le Marin·프랑스어로 선원이라는 뜻)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선원들이 즐겨 입는 흰색과 파란색이 섞인 줄무늬 상의 차림을 한 남성이 슬픈 표정으로 오른팔로 얼굴을 괸 채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가로 81㎝, 세로 130cm 크기의 이 작품은 독일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한 1943년에 제작됐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피카소가 강제수용소로 이송될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 자신의 불안과 고통을 투영해 그린 자화상으로 추정된다.
그림 속 남성은 다리를 꼬고 앉아 왼손을 무릎에 올려놨는데 이는 우울감을 표현하는 전통적인 장치라는 설명이다. 크리스티에서 근대·인상파 미술을 담당하는 코너 조던 부회장은 “그림에 약간 어두운 느낌이 있는데 불안과 흥분, 약간의 우울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측은 그동안 경매로 거래된 피카소 작품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가격에 판매될 것이라며 낙찰가를 7,000만 달러로 예상했다. 작품은 내달 3일까지 홍콩에서 전시되며 경매는 5월 15일 뉴욕에서 진행된다.
한편 이 작품은 미국 뉴욕 출신의 유명 수집가인 빅터와 샐리 갠즈 부부가 소장하고 있다가 21년 전 경매에 등장한 이후 처음이다.
피카소가 그린 ‘알제리의 여인들’은 지난 2015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억7,940만 달러(한화 1,907억원)에 낙찰돼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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