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은 지난 2005년 4월 23일 ‘무모한 도전’을 시작으로 같은 해 ‘무리한 도전’을 지나 2006년부터 지금의 ‘무한도전’으로 자리 잡았다. 어느덧 13년 차를 맞이한 ‘무한도전’은 쌓인 세월만큼 폭넓고 의미 있는 도전을 계속해왔다.
기존 스튜디오 위주의 예능을 야외로 끌어낸 것이 ‘무한도전’이었다. 어떤 것이든 도전할 수 있는 콘셉트 덕에 ‘리얼 버라이어티’의 기틀을 잡아갔다. 다양한 웃음 위주 특집을 통해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노홍철, 하하 등 원년 멤버들은 확실한 캐릭터를 잡아갔다.
◆캐릭터 확립과 장기 프로젝트 진행
본격적인 캐릭터쇼의 시작이었다. 다양한 특집을 진행하면서도 기본 틀은 같았다. 멤버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변형, 확대하며 활용 범위를 넓혀나갔다. 이 같은 특성이 가장 잘 반영된 특집이 바로 추격전이다.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갱스 오브 서울’ ‘꼬리잡기’ ‘무한도전’ 등 일정한 틀 안에서 쫓고 쫓기며 각자의 캐릭터를 완성했다.
한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시청자들이 해당 프로그램 속 인물들에게 얼마나 동화되느냐. ‘무한도전’ 멤버들은 다년간의 방송을 통해 프로그램 내에서 개별적 존재감을 공고히 했다. 이는 곧 앞으로 이어진 스포츠 경기 도전, 가요제, 무한상사, 토토가 등 장기프로젝트를 몰입도 있게 끌고 나가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무한도전’은 댄스스포츠, 봅슬레이, 카레이싱, 조정, 레슬링 등 녹록치 않은 스포츠 종목에 도전할 때마다 호평을 얻었다. 비록 성적은 대단하지 않을지라도 그 분야에 대해 전혀 몰랐던 멤버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도전을 완수하는 모습은 ‘무한도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서사였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개월의 장기 프로젝트는 그들만의 도전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과 함께 발맞춰 나가는 계기가 됐다.
가요제, 무한상사, 토토가 등 이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된 특집들도 마찬가지다. 2007년 강변북로에서 시작된 가요제는 2년 마다 열리는 특성 덕에 어느 순간 믿고 기다리는 특집이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무한도전’만큼 차트를 독식할 파워를 가진 예능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지드래곤, 정재형, 아이유, 혁오, 자이언티 등 가수들과 협업을 통해 수준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콩트에서 시작된 ‘무한상사’는 갈수록 현 세태를 다루며 웃음과 공감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유부장, 만년과장 등 기존에 가진 캐릭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으며 뮤지컬, 드라마 등 타 장르와 결합해 꾸준한 변주를 시도했다. ‘토토가’ 역시 1990년대 가수들을 소환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 터보 김현정 S.E.S. 엄정화 등 추억의 가수를 불러오더니 젝스키스와 H.O.T. 재결합마저 성사시켰다.
◆받은 만큼 베풀고, 베푼 만큼 다시 받고
‘무한도전’은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지 않았다. 수많은 특집을 통해 꼭 알아야할 것을 조명하길 원했다. 이에 김태호 PD는 “사회적으로 고민해볼 만한 문제에 대해 결론짓기보단 화두를 던졌다. 받은 사랑을 삶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며 “계몽주의적으로 보여 비판하는 분도 계셨지만 1년에 하나 정도는 그렇게 우리의 임무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역사 특집. 2009년 ‘궁 밀리어네어’ 특집이 그 시작이라 볼 수 있다. 멤버들은 궁을 투어하며 퀴즈를 풀었고 예능과 교양을 결합한 이상적인 형태의 방송이 만들어졌다. 이어 아이돌과 함께한 ‘TV특강’, 하시마섬 강제 노역의 아픔을 담은 ‘배달의 무도’, 힙합 가수와 함께한 ‘위대한 유산’, 도산 안창호를 조명한 ‘LA특집’ 등으로 의지를 이어갔다.
역사 외에도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프로그램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나비효과’ 특집.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실생활에서 크게 신경 쓰지 못했던 지구온난화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해 경각심을 안겼다. 선거 제도를 도입, 투표 독려에 큰 역할을 한 ‘선택2014’, 국민의 의견을 듣고 실제 법안에 반영한 ‘국민의원’ 특집도 대단한 의의를 남겼다.
‘무한도전’ 단순한 예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면서 프로그램을 찾는 게스트도 어마어마해졌다. 국내에서는 피겨선수 김연아가 세 차례나 ‘무한도전’을 찾았고 조인성, 김수현, 소지섭, 김태희, 이영애 등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스타들도 ‘무한도전’ 출연이라면 어렵지 않게 승낙했다. 프로그램 및 멤버들에 대한 신뢰가 점차 쌓여간 것을 알 수 있는 부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했다. 표도르 예멜리야넨코, 티에리 앙리, 마리아 샤라포바, 스테판 커리, 매니 파퀴아오 등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출연했다. 잭블랙 등 할리우드 스타도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무한도전’만의 다소 황당할 수 있는 대결에도 흔쾌히 응하며 의외의 매력을 발산했다.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사랑은 또 다시 사랑으로 보답됐다.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모습이 담긴 달력을 매년 꾸준히 만들어 불우이웃을 돕는데 썼다. 지난 2월에도 2017년 달력 판매 수익금 2억5천만 원을 초중고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기부한 금액만 63억 원 이상. 작은 도전에서 시작한 ‘무한도전’이 국민 도전으로 거듭난 이유였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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