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어느새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 샌드위치로 큰 위기에 빠져들었다. 주된 원인으로는 인건비 비중이 높은 반면 생산성이 낮은 고비용·저효율의 생산구조다. 한국GM도 이런 생산구조에 빠져 수출과 내수판매의 실적이 매우 부진하다. 이에 납품 물량이 급감한 부품 협력업체들은 매출액 감소, 가동률 저하 등으로 경영상 위기에 빠져 있다. 1차 협력업체들은 2월 기준 공장가동률이 50~70%대로 급락하고 매출액(1~2월)도 전년 대비 20~30% 정도 급감했다. 한국GM의 경영 위험이 협력업체들에 전가되는 악순환 과정이고 결국 동반 추락할 지경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금융권은 한국GM의 신용도가 하락해 그 협력업체들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관리하는데 우선 대출한도의 관리·여신의 축소 등을 조치했다. 협력업체들은 납품 대금인 60일 만기 전자어음을 3%대 금리로 할인(외상채권 담보대출)해 운영자금으로 사용하는데 은행이 갑자기 어음의 할인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2~3차 협력업체는 자연스럽게 부도나게 된다. 그 결과는 부품 공급망의 붕괴로 이어져 1차 협력업체들까지 연쇄적 부도로 확산할 가능성이 명확하다. 이것은 종국에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붕괴 또는 파괴되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완성차업체를 정점에 두고 1~3차 협력업체 등이 긴밀하게 연계된 산업생태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완성차업체의 실적 부진은 협력업체의 생존 여부에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지난 2016년 말 기준 한국GM의 1차 협력업체는 총 318개사로 순수 자동차부품 협력업체만 301개사(9만3,713명)에 달한다. 또 2차 협력업체는 1,000개사(3만명), 3차 1,700개사(1만7,000여명) 등 무려 3,000개사로 일자리가 14만여개에 달하고 직간접 원부자재 납품업체 등을 포함하면 일자리가 30만개나 된다. 그런데 한국GM 사태로 많은 협력업체가 다른 완성차업체와 거래하더라도 2차 이상 협력업체들은 버티기가 어렵고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상당수 협력업체가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GM 사태로 협력업체들의 경영이 악화될 위험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부품공급에 차질을 빚고 납품 가격 인상을 유발해 완성차업체의 차량 가격 상승과 소비자의 반발로 이어진다. 협력업체들이 줄도산하게 되면 우선 완성차업체에 대한 부품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이는 한국 자동차의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로써 자동차산업의 생태계와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는 해외사례에서 보듯 한 번 붕괴하면 재차 회생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복원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노력과 땀이 요구된다.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한국GM 사태가 시급히 해결될 필요가 있다. 한국GM이 정상화되려면 무엇보다 고비용·저효율의 생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양보가 필요하다. 한국GM은 경쟁국보다 높은 인건비 비중, 경직된 노동구조, 낮은 생산성, 품질경쟁력 저하 등에 의한 경쟁력 약화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짐을 통감해야 한다. 한국GM 노동조합도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집착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통을 감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GM도 노동조합도 협력업체도 모두 이 나라에 설 땅이 없게 되는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이다. 정말 최악의 시나리오이지만 한국GM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협력업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위기를 겪은 경쟁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했다. 정부는 자동차산업의 국내 생산을 유지 및 확대하려면 선진국의 사례를 기준 삼아 노동 관련 법·제도를 손질하고 국가 및 지역의 일자리를 유지하며 미래 고용안정과 직결돼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금의 한국GM 사태와 관련해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붕괴와 협력업체들이 무너지는 동반 추락을 막아야 한다. 공생발전을 위해 정부와 노사 모두 협력해 극복하는 현명한 지혜를 모아야 할 상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