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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디바' 소프라노 황수미 "정경화 선생님처럼...칠순에도 뜨겁게 노래하고 싶어요"

평창 '올림픽 찬가'로 화제

통영국제음악제 무대 올라

"새로운 동기부여 필요한 때"

7월부터 본 극장 떠나 홀로서기

유럽 투어·솔로 앨범 발표 예정





“윤이상 선생님은 한국 음악가로서 우리만의 색깔을 세계에 알리신 분입니다. 후배 음악가인 저 역시 윤 선생님의 음악적 공로를 외국에 더 많이 알릴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러 화제를 모았던 소프라노 황수미(32·사진)는 지난달 30일 오후 경남 통영시 도남동의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 가곡이 사실 쉽지는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윤 선생님의 곡을 불러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고(故) 윤이상 선생의 음악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행사로 지난 2000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황수미는 지난달 30일 개막해 이달 8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음악제에서 세 차례 무대에 오른다. 이날 큼지막한 유리 창문 너머로 푸른 바다가 훤히 보이는 리허설 룸에서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까지 황수미는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었다. “7일 공연에서 부르게 될 진은숙 선생님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습하고 있었어요. 다들 노래가 절로 나오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저는 바깥 풍경이 너무 멋져서 그런지 연습이 잘 안 되네요. (웃음)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스텝 바이 스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중이에요.”

황수미는 지난달 31일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를 협연했으며 1일 오전에는 독일 작곡가 크리스티안 요스트가 재해석한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노래했다. 마지막으로 7일 오후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Ι’에서는 진은숙이 작곡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퍼즐&게임 모음곡’을 무대에 띄운다.

현재 독일의 본 오페라 극장에서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황수미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공연과 관련한 뒷얘기부터 들려줬다. “올림픽 조직위원회로부터 공연 제안을 받았다고 하자 동료들이 ‘수미, 너 한국에서 되게 유명한 사람이구나’ 하고 놀라더라고요. 전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는 동료 중에 그리스인이 있어서 그 친구한테 속성으로 배워서 ‘올림픽 찬가’를 그리스어로 불렀죠. 너무 고마워서 친구에게 수호랑 인형을 사서 선물했어요. (웃음) 그 많은 인원 앞에서 또 노래를 부를 날이 있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너무나 기억에 남고 감사한 경험이에요.”



황수미는 지난 2014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가곡 반주’의 전설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와 리사이틀을 열고 프랑스 대표 체임버 앙상블인 마테우스의 첫 내한 공연에도 협연자로 선정되며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이처럼 거침없이 탄탄대로만 달려온 황수미지만 그는 오는 7월 더 높은 곳으로의 비상을 위해 4년 동안 정 들었던 본 극장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황수미는 “본 극장은 내게 따뜻한 울타리이자 둥지 같은 곳이지만 이제는 야생으로 나가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프리랜서로 산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나를 새롭게 움직이게 할 ‘모티베이션’이 필요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세계 오파라계는 곧 ‘자유의 몸’이 되는 황수미를 무대에 모시기 위해 벌써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황수미는 올가을부터 파리·모스크바·리옹·비엔나 등을 도는 유럽 투어에 나설 예정이며 연말에는 피아니스트 헬무트 도이치와 솔로 데뷔 앨범을 녹음한다.

부지런한 속도로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황수미에게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묻자 그는 이번 음악제에 함께 아티스트로 참여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경이로운 행보를 예로 들며 이야기를 꺼냈다. 황수미는 “통영에 내려와서 정경화 선생님이 연습하시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봤어요. 며칠 전에는 칠순을 맞아 서른세 번째 앨범도 내셨는데 음악에 대한 에너지를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워요. 홀로 외로움을 이겨내고 감내한 순간들이 얼마나 많으셨을까요. 저도 그 나이가 돼서도 선생님처럼 음악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고 노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목소리를 선물처럼 거저 받은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로 감동을 안겨 드리는 것이 저의 소명이겠지요.”
/통영=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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