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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부산과 일본 대마도의 역사적 관계는

문성근 법무법인 길 대표 변호사




대마도! 맑은 날씨면 부산 앞바다에서 맨눈에 보이는 섬이다. 부산과 40 km 남짓하지만 일본과의 거리는 130km가 넘는다. 부산에서 매일 여러 대의 배(비행기는 없다)가 오가고, 3만여 인구의 섬에 매년 수십만의 외국관광객이 찾아드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섬이다.

얼마 전 대마도에서 가이드로부터 “한국인이 대마도 왕래인구의 90%를 넘는다”는 말을 들었다. “역사적으로 대마도의 금세공술은 일본 본섬보다 한 세기를 앞섰고, 일본 최초의 은광산이 대마도에 있었다”는 말과 함께였다. 금세공술은 백제와 신라에서 번창했다. 가이드의 설명을 참조하면, 백제와 신라의 금세공술이 대마도로 전해져 호황을 누리다가 한 세기의 세월이 지나면서 큐슈를 거쳐 일본의 수도인 나라와 교또로 건너간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금세공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연관효과가 큰 고부가 산업이다. 산업 뿐만 아니라 정치와 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19세기 동부 13주에 불과했던 미국의 영토가 캘리포니아 금광발견 이후 서부개척을 통해 몇 배로 커지고 경제 또한 비약적으로 발전한 역사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백제나 신라로부터 전래된 금세공술이 고대 일본의 경제와 귀족문화를 크게 발전시킨 사실은 절대로 부인할 수 없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16세기에 이르러 이뤄진 대규모 은광개발은 일본의 경제와 문화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그 이전에 일본경제는 국토의 중앙에 놓인 높고 험한 산맥으로 동서가 분리되고, 강의 유역이 발달하지 못해 농토가 부족해서 배를 타고 외국으로 나가 노략질을 않고는 궁핍을 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런데 16세기 들어 대규모 은광이 개발되자 이때부터 일본인들은 노략질보다는 은을 싣고 외국으로 장사를 나서기 시작했고, 서양인들은 막대한 은에 현혹돼 일본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대규모의 은생산은 뛰어난 제련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때마침 연은분리법(鍊銀分離法)이라는 최첨단 제련기술이 1503년 김감불과 검동이라는 조선기술자에 의해 발명됐고, 이 기술은 대마도를 통해 일본으로 전래됐다. 한나라의 경제를 일으켜 세울 만한 첨단기술이 쉽사리 일본으로 넘어간 것은 당시 조선의 양반들이 상공업을 억압하고, 기술자를 천시하고 차별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 시대 대규모 은생산으로 인한 일본의 경제성장은 너무 빨라 사회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오랜 경험이나 연구개발로 얻은 토종기술이 아니라 그저 줍다시피 차지한 외래기술로 뜻밖의 노다지를 캤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일본은 졸부근성이 발동해 무모하게 대륙정벌의 야욕에 사로잡혀 조선을 침략하기에 이르니, 막상 첨단신기술을 개발한 조선은 혜택은커녕 초유의 국가적 재앙을 당한 셈이다.

20세기에 들어서도 대마도는 세계사를 바꾼 현장이었다. 1905년 러시아의 발틱함대가 부산 앞바다에서 일본군에게 궤멸됐다. 이 때 일본은 대마도 한가운데에 운하를 뚫고 요새로 삼아 지구를 반 바퀴 돌아오느라 녹초가 된 러시아 해군을 섬멸했고, 승리의 여세로 미국과 영국의 지지를 얻어 조선을 집어삼켰다.

그런데 긴 역사를 보면 대마도는 언제나 한국을 향했다. 그리고 일본은 이러한 대마도를 이용해 대륙의 선진문화를 줍다시피 얻는 행운을 수천년 동안 누렸다. 이를 보면 15세기 조선의 대마도정벌 때 “험준한 산에 농토도 없는 척박한 섬을 차지해서 무얼 하느냐’고 핏대를 올리며, 조기철군을 외친 조선 벼슬아치들의 안목이 지금으로선 너무 아쉽다.

가야, 고구려, 백제, 신라와 함께 고려 때까지 한국은 땅보다 훨씬 큰 바다를 차지한 해상왕국이었다. 그 때까지 대마도는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한국에 붙어 있었다.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 우리가 쇄국과 해금으로 바다를 방치하면서부터 대마도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미래를 보더라도 한국과 일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듯 부산과 대마도는 더더욱 그렇다. 이런 현실을 안다면, 우리는 대륙을 동경하는 대마도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좀 더 기울여야 한다./문성근 법무법인 길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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