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밑에 점 하나 찍었다고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한다. 시청자가 보기에는 똑같은 사람인데 새로운 인물이라고 하니 갸우뚱해진다. 10년 전 방영된 드라마 ‘아내의 유혹’ 이야기다. 아내의 유혹이 10년 뒤 여의도 정치권에서 그려지고 있다. ‘올드보이들’로 가득 채워진 자유한국당의 6·13 지방선거 공천이 그렇다.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이인제·김문수·김태호 등 한동안 모습을 감췄던 인사들이 다시 등장했다. 대체로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며 무대 뒤로 사라졌던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이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서울시장 후보로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사실상 낙점됐다. 국민들에게 ‘희망의 정치’를 얘기할 참신한 인물이 없다. 탄핵 이후 달라지겠다고 약속하며 당명까지 바꿨던 한국당이 ‘도로 새누리당’이 됐다고 비난받는 이유다.
한국당은 비판이 이어지자 정면대응에 나섰다. 오히려 선거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당이)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 혹은 팀장급으로 전면배치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작정한 듯 “올드보이라고 한다면 65세 이상 750만 노인들 분통이 터진다. 노인은 밥도 먹지 말고 정치도 하지 말라는 거냐”고 외쳤다.
그러나 한국당 시계를 3~4개월 앞으로 돌려보자. 홍준표 대표는 정치신인을 내세워 선거 돌풍을 일으키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치신인 영입을 위해 공천 룰까지 바꿨고 홍 대표 본인이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거론된 인물들의 잇따른 고사와 당내 갈등으로 ‘인물난’은 홍 대표 뒤를 따라다녔고 결국 올드보이 카드를 꺼냈다. 홍 사무총장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당은 광역단체장 후보자 공천을 이전보다 한 달 정도 앞당겼다고 자축한다. 그러나 국민이 볼 때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우려스럽다. 개혁은커녕 신선함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은 제1야당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했지만 기대와 너무 다른 모습이다.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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