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숙련·저임금 근로자 유입을 줄이고 전문직 인력을 늘리겠다는 기존 방침과 달리 실제로는 기술직 인력의 이민장벽도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주의에 근거해 이민정책을 재편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이민 자체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은 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전임 정권 때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려는 외국인 기업가들에게 비자를 주던 제도를 폐지하고 기술이민자에 대한 비자 심사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국무부는 또 기술이민자의 배우자에 대한 취업허용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기술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할 때 흔히 신청하는 ‘전문직 단기취업(H1B)’ 비자 심사가 까다로워진다는 의미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해마다 8만5,000명가량이 발급받는 H1B 비자가 기업들의 자국민 채용 기피 수단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지난 2016년 디즈니사는 미국인 250명이 해고된 자리를 H1B 비자를 발급받은 이민자들로 채워넣었다며 미국인 기술자로부터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H1B 비자 발급자를 ‘기술인력’으로 인정하지 않고 일자리 도둑으로 치부하면서 지난해 H1B 비자 발급 대상을 미국 내 노동력으로 대체할 수 없는 기술 소지자로 한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는 H1B 비자 갱신 시 당사자가 직접 서류를 제출하도록 규제를 강화했으며 해당 근로자가 꼭 필요한 인력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추가 자료도 요구하고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지지자들은 이 같은 조치가 이민 시스템을 정비하는 한편 고용주 중심의 현행 기술이민 시스템의 문제점을 고치려는 것이라며 옹호하고 있다. 마크 크리코리언 이민연구센터장은 “현재 비자 승인율은 92.5%로 버락 오바마 정권 때인 2016년에 비해 겨우 2%포인트 낮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가 이민 자체를 제한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반면 딘 가필드 정부기술협회(ITI) 회장은 “기술자에 대한 비자 발급이 지연되면서 일부 인력은 본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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