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이 제주 4.3 사건을 다룬 영화 ‘지슬’을 추천했다.
허지웅은 3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슬’ 포스터와 함께 “1954년 9월 21일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제주도 양민들이 희생당했습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제주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 제주도당의 무장 봉기와 미 군정의 강압이 계기가 되어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누리꾼들은 “지슬이란 영화를 알고 갑니다”,“정말 끔찍한 사건이네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허지웅이 쓴 글 전문.
1954년 9월 21일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제주도 양민들이 희생당했습니다. 당시 미군정은 제주도민의 70%를 좌익 또는 그 동조자로 인식하고 있었어요. 일제강점기의 경찰이 그대로 미군정의 경찰이 되고 그로 인한 갈등이 증폭되면서 제주도는 혼돈의 섬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그랬겠지요. 해방이 됐는데도 경찰이 그대로니까요.
이 와중에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가 예정되면서 남로당 제주도지부는 중앙당과의 협의 없이 무장폭동을 감행했습니다. 극우세력은 미군정에 ‘빨갱이 토벌 작전’을 요청했고요. 미군정은 전국에서 차출한 대규모 군인과 경찰, 그리고 서북청년단 등의 반공단체를 급파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주 4.3 사건은 30여만명의 도민이 연루된 가운데 3만명의 학살 피해자를 양산했습니다. 재판절차 없이 주민들이 집단으로 사살됐습니다. 그 가운데 토벌대가 파악한 무장대 숫자는 500명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빨갱이가 뭔지도 모르는 양민이었습니다.
제주 4.3 70주기를 맞이해 생각해봅니다. 조지 오웰은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를 지배하던 자들이 권력의 편의대로 과거를 바꾸고 재단하여 국정 역사교과서 같은 것을 만들려고 했던 데에는 명백한 이유가 있습니다.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없었던 일을 있었던 일로 바꿀 수 있는 힘은 독재와 장기 집권의 기본 요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권력의 심장부에서 멀어진 지금에도,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승리한다고들 하지만, 지키지 못한 진실은 반드시 지워집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을 추천합니다. 제주 4.3을 배경으로, 죽일 이유가 없었던 이들과 죽을 이유가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흑백 이미지 안에서 위령제의 형식을 빌어 담담하게 토로하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70년 전 제주도에서 목숨을 잃은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허지웅 인스타그램]
/서경스타 김상민기자 ksm383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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