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방송되는 KBS1 ‘시사기획 창’에서는 ‘나는 일터를 망치지 않았다’ 편이 전파를 탄다.
기업이 어려우면 당연히 사람을 해고해야 하는 걸까? 고통분담이라고 하는데, 과연 노동자들이 분담해야 할 만큼 경영책임을 나누어 가졌던 적이 있었던가? 분담이 아니라 일방적인 고통 전가는 아닌가? 2016년 조선업종 구조조정 때 명예퇴직한 대우조선 노동자, 한국지엠에서 강제로 쫓겨난 비정규직 노동자. 그들이 풀어놓는 불쾌한 수다, 나의 직장 퇴출기를 생생한 토크 형식으로 들어본다.
▲ 일터를 떠난 10만 노동자
세계 경제 위축과 무능 경영, 부실 경영으로 초래된 조선 불황 직격탄이 노동자를 덮쳤다. 우리나라 대표 조선 도시인 울산은 조선 노동자 5명 중 2명(24,643명, 40%), 거제는 10명 중 3명(23,289명, 31%)이 실직했다. 2014년 20만 4천 명이던 조선해양플랜트 노동자 수는 2016년 16만 명, 2017년 11만 명으로 추락했고, 올 상반기 중 10만 명 선도 무너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직 노동자 상당수는 심각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들이 받지 못한 임금도 지난해 말 현재 2,011억 원에 이른다.
자동차 업종에도 구조조정 불씨가 옮아 붙었다. 한국지엠 명예 퇴직자 2천500여 명이 다음 달 회사를 떠난다. 한국지엠 군산공장과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260여 명은 이미 해고됐다. 지엠 협력업체 140여 곳도 직격탄을 맞아 이미 전북지역 업체 50여 곳은 문을 닫았다. 군산지역 한국지엠 협력업체 직원은 1만 2천여 명, 가족까지 포함할 경우 6만여 명이 군산공장 폐쇄 영향권에 있다. 군산시 전체 인구의 25%다.
▲ 기업 구조조정 ‘뒷담화’ “나는 이렇게 쫓겨났다”
대우조선 명퇴 노동자 4인방이 불쾌한 수다를 풀어 놓았다. 모두 20대 초반 대우조선에 입사해 30여 년 청춘을 바친 손성수, 윤진경, 박재훈, 한기수 씨가 주인공이다. 그들이 정든 일터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나감으로써 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라는 마음에 사표를 썼다는 한기수 씨. 그러나 막상 돌아갈 데가 없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가슴이 뻥 뚫린 듯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생산직 손성수 씨는 회사가“58년,59년생은 명퇴하지 않을 경우 야근 특근을 시키지 않겠다”라고 사실상 협박했다고 한다. 그럴 경우 퇴직금이 반 토막 난다. 할 수 없이 야근하고 퇴근길에 사표를 쓴 손 씨는 그것을 마지막으로 30년 일터 대우조선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사무직 부장 출신 윤진경 씨는 밑에 있던 차장, 과장이 회사의 압력에 연이어 사표를 쓰는 바람에 밀려서 사표를 썼다고 한다. 상사인 부장이 나가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 윤 씨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늦둥이 막내 걱정에 몇 날 며칠 애를 태웠다. 용접 일을 했던 한기수 씨는“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잘렸지만, 후배들은 회사가 필요 없다고 어느 날 사람을 툭 잘라버리는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지 않는 사회에서 살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신분으로 하루아침에 거리에 나앉은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처절하다. 대부분 30대 중반, 한창 아이를 키울 세대이다.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처럼 가족 모두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둘째 아이 출산을 한 달 앞두고 해고된 박덕현 씨는“산후 조리를 제대로 못 한 아내에게 제일 미안하다”라고 말한다. 조연재 씨는“지엠 정규직 직원이 회사가 어려우니 비정규직인 너희들이 나가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라고 은근히 말한다며 “비정규직 신분 때문에 같은 노동자 신분에서도 차별이 있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한다.
성명석 씨는 지난 설 명절에 어머니가“동생 앞에서 창피하니까 이거 갖고 있다가 엄마한테 주는 척해라”라며 쥐여준 20만 원 돈 봉투에 몰래 눈물을 훔쳤다. 지난 5년간 7번 해고를 당한 김희근 씨는“이렇게는 살 수 없는 일 아니냐, 노동이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조지회장을 자임했다”라고 말한다.
[사진=KBS1 ‘시사기획 창’ 예고영상캡처]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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