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가나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 납치 사건에 대해 정부가 과거 관례와 달리 엠바고(보도유예)를 철회하고 공개를 결정한 것은 “납치사건의 협상 과정에서 측면지원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외교부가 3일 밝혔다. 정부 개입 여지가 커지면서 테러 단체 등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지만 이러한 부작용까지 감안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테러단체, 해적 등의 범죄집단과 직접 협상 주체로 나서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협상에 도움 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러한 (측면)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납치 세력에 최대한 압박을 주고 상황을 유리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사와 해적 간 직접대화에서 정부는 뒤로 빠져 있는 게 맞는지, 그러면서 상황이 장기화하는 문제를 고민했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서 인질범이 어느 정도 압박받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러한 청와대의 입장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변인은 “물론 이전에도 정부가 선박 피랍사건 등에서 외교채널을 통한 안전한 석방 노력, 제반 정보제공, 협상전략 조언 등을 통해 측면 지원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측면 지원도 얼마나 뒤로 빠져 있는지, 빠진 정도에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다”며 “청와대와도 충분히 조율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피랍 대응 매뉴얼도 개정 필요성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존 정부는 납치사건에 소극 대응했다고 판단했느냐는 질문에 노 대변인은 “기존 납치 사건을 검토해본 결과 선사 또는 피해 당사자와 납치 세력 간 직접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되다 보니 사건이 필요 이상 장기화되는 측면이 있더라”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고통의 기간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정부의 개입이 강화되면서 테러 조직 등이 우리 국민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부작용도 감안해서 내린 결정”이라며 “납치 세력에 압박을 주고 상황을 이끌어 우리 국민이 고통 받는 상황을 가급적 단시간 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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