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만 어려워진 것이 아니다. 애플의 독립선언이 중앙처리장치(CPU)에서 끝난다고 보면 곤란하다. 메모리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다른 영역으로 전선을 확대할 개연성이 높다. 이미 애플이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를 대체하기 위해 차세대 제품을 개발 중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현실로 나타난다면 수출의 25%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큰 타격이 된다.
잠재적 위험요인은 애플만이 아니다. ‘반도체 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은 더 위협적이다. 중국 정부는 15% 수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당초보다 30조원이 더 많은 200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현재 3~4년인 우리나라와의 기술격차를 7년 후에는 없애거나 추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지난달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의 첫 질문이 ‘중국에 대한 대응’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잠재위협 요소들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사상 최대 수출이라고, 반도체 호황이라고 마냥 취해 있을 수는 없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다 잃지 않으려면 치밀한 미래전략을 세워 ‘반도체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반도체에 목매고 있는 수출과 산업구조를 혁신형으로 바꾸고 인공지능(AI)이나 전기차·블록체인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규제 완화는 이 과정에서 빠져서는 안 될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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