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5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력관계를 악용한 성범죄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 제대로 수사하라”고 요청했다.
시민행동은 “장자연씨 사건은 ‘성상납 강요’를 비롯해 힘없는 배우를 죽음으로 몰아가 공분을 불러일으켰지만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은 흐지부지됐다”며 “장씨가 남긴 문건에 구체적인 접대 내용과 상대까지 포함돼있었지만 경찰과 검찰은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제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가해자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행동은 이어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거대 족벌 언론의 무소불위 권력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며 “당시 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이 조선일보 사장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했지만 조선일보는 줄소송으로 국회의원은 물론 시민단체, 언론사 대표 등의 입을 틀어막았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행동은 “여성 연예인에 대한 인권침해, 성상납을 매개로 이뤄지는 권력을 향한 추악한 로비, 선출되지 않은 무소불위의 언론권력 등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2차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한했다.
앞서 2009년 배우 고 장자연씨는 ‘소속사 대표에 의해 술시중·성접대를 강요당했고 이를 거부하면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자살했다. 장씨가 남긴 문건에는 조선일보 사주의 가족 등 언론사 관계자, 재계 유력인사 등이 언급된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성매매 혐의를 받던 피의자 전원이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올해 초 미투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와 23만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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