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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제 나눠맞히고 상온에 방치…"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은 집단의료과실"

주사제 나눠 맞히는 관행 이어가다

간호사 여러 명이 주사제 만져

감염 위험 높았지만 25년째 관행 유지

간호사 대상 영양제 사용 교육도 안 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광역수사대 박창환 경정이 6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사에서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에 대해 최송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신생아 4명의 목숨을 앗아 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의 원인이 25년 간 묵인된 주사제 나눠맞히기 관행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을 수사한 결과, 이들이 지질영양제 1병을 여러 신생아들에게 나눠 맞히고 투여 시간보다 6~8시간 미리 개봉해 상온에 방치한 관행이 감염 위험을 높여 신생아 4명을 집단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6일 발표했다.

경찰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와 전임 실장 박모 교수, 수간호사 A씨 등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10일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한 심모 교수와 전공의 강모씨, 간호사 B씨·C씨 등 4명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경찰과 질병관리본부, 국립과학수사원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은 지난해 12월 15일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지질영양 주사제(스모프리피드)를 투여받고 다음날인 16일 시트로박터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 결과 스모프리피드를 동시에 ‘분주(分注·1개 지질영양제를 여러 주사 실린지에 나누어 준비하는 행위)’하는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오염됐을 역학적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분주 관행을 수사한 끝에 이 관행이 지난 1993년 이대목동병원 개원 당시부터 있었다는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경찰에 따르면 초대 실장이었던 박모 교수는 당시 보건복지부가 1인당 일주일에 2병만 보험적용을 하겠다고 하자 1인당 2병씩만 영양제를 구입한 뒤 여러 명에게 나눠 맞히라고 간호사들에게 지시했다. 이후 2008년 새로 부임한 조 교수도 2010년 국제의료기관평가인증(JCI)에 맞추기 위해 환아 1인당 매일 1병씩 처방하라고 지시를 변경했지만 간호사들의 분주 관행에 대해서는 계속 묵인했다. 조 교수는 또 지난해 9월 지질영양제가 ‘클리노레익 250ml’에서 ‘스모프리피드 500ml’로 변경돼 감염 위험이 높아졌는데도 스모프리피드 설명서를 읽어보지도 않았고 간호사를 상대로 한 감염교육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교수와 함께 근무한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 강모씨와 심모 교수도 근무 당시 설명서를 읽지 않았고 신생아중환자실 내 주사준비실에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또 간호사들이 개인 스케줄에 맞춰 주사제 준비 시간을 임의로 앞당긴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통상 오후 5시께 분주 직전에 스모프리피드 병을 개봉해 주사제를 준비했지만 관행이 반복될수록 분주 시각보다 6~8시간 이른 오전 11시 40분께부터 주사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전 근무반인 신입 막내 간호사 B씨는 멸균장갑도 착용하지 않은 채 주사제를 준비했고 담당 간호사 C씨는 약 6시간 가량 상온에 방치된 주사제를 오후 5시께 신생아들에게 분주했다. 감염 위험 때문에 개봉 즉시 사용하도록 하고, 주사 준비자와 투여자가 일치해야 한다는 간호지침을 어긴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은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들이 오래된 위법한 관행을 묵인하고 방치한 결과”라며 “최소한의 감염교육이나 약물 사용지침(주의사항 등)조차 읽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했던 의료진의 태도로 이런 사안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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