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 ‘주사제 나눠쓰기’에 따른 감염관리 부실 탓이라는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옴에 따라 그간 의료계에 관행으로 굳어진 ‘주사제 나눠쓰기’가 뿌리뽑힐지 주목된다.
보건당국은 이대목동병원뿐 아니라 다른 대형병원의 주사제 나눠쓰기 정황까지 면밀히 파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보건복지부 보험평가과 관계자는 6일 “이대목동병원의 주사제 분할 부당청구 건은 조사를 마치고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구체적인 규모를 정산 중”이라며 “다른 병원에서도 주사제를 나눠 사용한 후 부당청구를 한 사례가 있었는지 자율신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복지부는 이대목동병원이 영양주사제 한 병을 나눠 환자 여러 명에게 맞히고도 여러 병에 해당하는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긴급 현지조사에 나선 바 있다.
이번 경찰 수사에서도 이대목동병원에서 주사제 나눠쓰기가 있었음이 확인된만큼, 머지않아 이대목동병원에 부당이득금 환수 등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의료계에 암암리에 만연해 온 주사제 나눠쓰기에 대한 제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주사제 나눠쓰기와 부당청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추측만 무성했으나 이대목동병원을 통해 일부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복지부는 병원들을 대상으로 자율신고를 통해 부당청구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다만 자발적 신고인만큼 이들 병원에서 개선 의지를 보이면 징계나 행정처분까지는 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사제 나눠쓰기와 같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또 고질적인 저수가에서 비롯된 관행이니만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인 신현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대 보건의료위원은 “주사제 나눠쓰기는 의료계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이라며 “경찰과 법원에서도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강력히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이 ‘왜’ 수년간 주사제를 나눠 써왔는지를 들여다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신생아학회와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실제 사용분 이외 청구분에 대해 삭감을 함으로써 분할 및 과다 청구의 빌미를 제공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책임은 없는가”라고 되물었다.
경찰은 이날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은 이 병원에서 25년 넘게 감염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의사·간호사들 모두 이런 관행을 묵인한 끝에 신생아 사망사건이 일어났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이자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와 전임 실장 박모 교수, 수간호사 A씨 등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