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오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안종범 수첩은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은 피고인과 기업 총수 등 사이에 대화 내용이 있었다는 직접 증거라는 증거 능력은 없지만, 대화가 있었다는 간접 사실에 대한 증거로는 인정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면담에서 대화한 내용을 꼭 얘기해줬고 자신은 그대로 수첩에 받아적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독면담 후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대화 내용을 불러줘서 받아적었다는 것은 단독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 대화를 추측하는 간접 정황에 대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안 전 수석 업무수첩의 증거 능력을 제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0)의 항소심 판단과 대비되는 부분.
앞서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수첩 기재가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 지시한 내용,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화를 입증하는 증거라면 원래 진술이 존재하는지 자체가 아니라 그 내용의 진실성이 문제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기재 사실이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라 볼 순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박 전 대통령의 지시와 단독 면담 대화 존재 자체에 대한 정황 증거로 인정하려면 직접 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기재 내용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우회적으로 진실성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된다는 취지로 전해졌다.
‘안종범 수첩’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빼곡히 적은 63권짜리로 ‘엘리엇 방어 대책’과 ‘금융지주’, ‘승마’, ‘빙상’, 동계스포츠 양성‘ 등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2년 동안 내린 지시가 날짜별로 기록돼 있따.
이 때문에 수첩은 각종 국정농단 재판에서 핵심 증거로 채택돼 여러 피고인들의 혐의 입증에 ’스모킹 건(결정적인 증거)‘으로 적혔다.
반면 이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날 1심 재판부가 수첩의 증거능력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수첩의 증거능력을 두고 논란이 더욱 불거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공판은 지난해 4월17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지 354일 만인 이날 오후 2시1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은 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씨(62)가 실소유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출연금 774억원을 대기업에 강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등 18개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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