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오는 23일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를 열어 지지부진했던 상법개정 논의에 다시 들어간다. 정부 여당이 ‘재벌개혁’을 강조하며 추진해온 상법개정은 그러나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약하고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 조항을 다수 포함해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는 23일 회의를 열어 상법개정안을 논의한다. 각 당의 개정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이견을 좁히는 자리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초 추진한 상법개정은 여권(당시 새누리당)의 반발과 당별 견해차에 막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 초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재벌개혁의 제도화는 빼놓을 수 없는 과제”라며 상법개정안 처리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분위기를 띄웠고 최근 당내에서 논의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는 분위기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등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해온 인물들이 현 정부에 대거 포진함에 따라 상법개정안 논의는 더욱 무르익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 여당의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으로 대주주 의결권 침해 우려가 제기된다. 집중투표 의무화는 이사 선출 시 1주 1표가 아닌 선출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지분이 적은 헤지펀드가 다른 투자자와 특정 후보에 몰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이사회에 들어올 수 있다. 그만큼 해당 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 노출도도 커지는 셈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나 지주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들을 소송으로 추궁할 수 있는 제도다. 국내 기업 주식을 쥔 외국계 자본이 기업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전자투표제 의무화 역시 주총에 출석하지 않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외국계 자본의 경영권 간섭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개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워낙 진척이 안 돼 원내지도부 차원에서도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쟁점 조율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자유한국당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데다 알다시피 요즘 국회가 (파행으로) 열리지 않아 회의를 못했다”며 “법무부가 정부안 입장도 정리했고 당정협의도 한 만큼 국회 논의의 기준은 만들어졌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송주희·하정연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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