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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 함부로 쓰면 안된다'는 교훈 던진 박근혜 선고

국정농단 사건의 정점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의 중형이 선고됐다.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이 결정된 지 393일, 구속 기소된 지 354일 만의 단죄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30년보다 6년 적지만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최순실보다는 4년이 더 길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의 죄를 무겁게 본 것이다. 직권남용을 포함 18개 혐의 중 16개에서 유죄가 인정된다는 재판부의 설명을 감안하면 논란의 여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부의 중형 선고는 당연한 결과다. 재판부가 양형 이유에서 설명했듯이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자유와 행복, 복리증진에 나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진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외면하고 권력을 사유화하며 제멋대로 휘둘렀다. 청와대 기밀문서를 일개 개인에게 무단 유출하는가 하면 자신과 최순실 모녀의 사적 이익을 위해 기업을 압박해 230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고 심지어 민간기업의 경영권까지 침해했다. 대한민국의 기본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히 침해하고 대통령의 기본책무를 저버렸으니 중형이 마땅하다.

반성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박 전 대통령이 그나마 일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정점으로 치닫던 2016년 11월4일 2차 대국민담화가 마지막이었다. 이후부터는 줄곧 자신은 모르는 일이고 모두 최순실이나 참모들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정치보복’을 주장하며 검찰 조사와 재판을 거부하면서 동정심을 얻을 기회마저 버렸다. 한때 국정을 책임졌던 국가 최고지도자의 이런 모습이 국민들을 더 참담하게 한 이유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고 이를 제멋대로 휘두른 데 대한 준엄한 경고다. 이제는 그 잔흔을 치우고 새로운 미래를 향한 길을 닦는 데 힘써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건강한 권력견제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둘로 쪼개진 사회를 통합하고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박 전 대통령과 같은 불행의 역사는 여기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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