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이어 중국에서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일고 있다. 중국 최고명문으로 꼽히는 베이징(北京)대 여학생이 20년 전 지도교수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뒤 목숨을 끊자 피해자 친구들이 대신 폭로자로 나선 것이다.
7일 중국 인터넷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베이징대 사회학과 95학번으로 현재 캐나다에 체류 중인 리유유(李悠悠)는 중국 인터넷에 ‘선양(沈陽·63) 교수를 실명 고발한다’는 글을 올려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베이징대 중문과 친구였던 가오옌(高岩)이 20년전 선 교수로부터 학업 상담 명목으로 강제추행을 당한 뒤 심적 고통을 겪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선 교수는 현재 난징(南京)대 문학원 언어학과 주임 교수로 옮긴 상태다. 선 교수는 중국 교육부가 매년 국내외 50명에게 주는 최고 학술영예인 ‘장강학자’(長江學者) 칭호를 2011년에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리유유 외에 왕아오(王敖) 등 가오옌의 다른 옛친구들도 합세해 폭로에 나서자 베이징대 측은 다시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선 교수가 현재 재직 중인 난징대도 전문 조사팀을 구성하기도 했으며 “교직의 어떤 비리나 부정 문제에 대해서도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전했다.
리유유의 폭로에 따르면 1995년 당시 선 교수는 신입생인 가오옌을 문헌반 학습위원으로 지목했다. 이후 학습과제를 자기 집으로 가져오라고 한 뒤 갑자기 뒤에서 껴안고 얼굴에 마구 키스하는 등 강제 추행했다. 가오옌은 당시 자신이 당한 경험을 상의하듯 리유유에게 털어놓았다.
이듬해 가오옌은 선 교수가 자신의 옷을 벗기고 ‘굶주린 늑대처럼’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을 당했다. 가오옌이 “싫다”고 강력하게 거부하자 선 교수는 “사랑해서 그런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선 교수는 당시 다른 여학생들과도 유사한 성적인 문제가 있었다. 이들에게는 “나는 가오옌이 싫은데 그 아이가 먼저 나를 쫓아다니며 유혹해 침대로 끌어들였다. 정신병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후 교내에서 갖가지 소문에 시달리던 가오옌은 1998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선 교수는 가오옌의 사망은 자신과 무관하다며 가오옌의 정신병을 주장했으나 같은해 7월 대학 측은 공안의 조사를 거쳐 선 교수에게 행정처분을 내렸다.
리유유는 20년이 지나서 ‘미투’ 폭로에 나선데 대해 “당시엔 사건의 진상을 공개할 여론이나 인터넷 환경이 구비돼 있지 않았다”며 “최근 실명 폭로 사례가 이어지는 것을 보고서 친구의 억울함을 다시 신원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한편 가오옌 사건을 비롯해 중국 대학가에서도 점점 ‘미투 운동’이 퍼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1월 베이항(北航)대학 교수 천샤오우(陳小武·46)의 제자 성폭행 폭로가 있었고 한 여성 네티즌이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의 쉐(薛)모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정가람기자 gara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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