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미세먼지 등 봄철 기상 이변으로 스포츠 경기가 단축되고 취소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앞서 5일 제주 서귀포에서 막을 올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은 초속 10m가 넘는 강풍으로 경기 이틀째인 6일부터 7일까지 연이틀 취소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대회는 첫날 1라운드 경기만 제대로 치러졌을 뿐 6일과 7일은 최대 초속 15m에 이르는 강풍으로 도저히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바람이 초속 10m가 넘을 경우 그린에서 볼이 멈추지 않아 제대로 경기가 치러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6일에는 강풍으로 18번홀 그린 옆에 설치된 관중석이 무너졌고 7일에는 강풍은 물론 눈까지 흩날렸다. 도무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날씨에 122명의 선수들은 1라운드를 치른 후 이틀 동안 클럽하우스에서 오전 내내 대기하다가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애초 4라운드 72홀로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를 2라운드 36홀로 축소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KLPGA투어에서 4라운드 대회가 2라운드로 축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최진하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경기위원장은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며 당혹스러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며 “내일 2라운드 경기는 코스 상황을 살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8일에도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면 월요일인 9일 경기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도 심각한 미세먼지로 경기가 취소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6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NC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는 점점 짙어지는 미세먼지로 인해 경기 시작을 1시간 남긴 오후 5시 30분 취소가 결정됐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37년 역사상 미세먼지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잠실에 이어 수원(한화-KT), 인천(삼성-SK) 경기도 같은 이유로 줄줄이 취소됐다. 이날 열리기로 한 5경기 중 3경기가 취소된 셈이다. 6일 김용희 경기감독관은 “6일 오후 3시부터 상황을 지켜봤지만 선수들이 좋은 야구를 하고 팬들이 쾌적하게 관전할 수 있을 수 없으리라 판단해 경기를 취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7일에는 미세먼지 상황이 개선되며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전날 열릴 예정이었던 야구 경기가 속속 재개될 전망이다. 7일 잠실구장에서 두산베어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경문 NC다이노스 감독은 “경기가 취소되리라 생각도 못했지만 여러모로 잘한 결정 같다”며 “오늘도 갑자기 추워졌지만 오늘 경기도 취소되면 팬들이 섭섭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미세먼지로 선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경우 경기를 취소할 수 있는 규정을 대회 요강에 넣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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