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방송되는 KBS1 ‘다큐공감’에서는 ‘임진강 어부, 봄을 낚다’ 편이 전파를 탄다.
남과 북을 굽이돌아 서해에 흘러드는 임진강. 그 강에 기대 사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삶의 버팀목이 돼준 강이었기에 그 가난하고 모진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사람들. 철 따라 참게, 모래무지, 누치, 메기 등 76종의 물고기를 품은 임진강은 어부들의 인생과 닮아있다. 지난 가을부터 긴 겨울, 그리고 날 풀린 봄날까지 임진강 곁을 지키며 나이 들어가는 어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우리나라 최대의 물목, 임진강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나루. 한때는 평양으로, 서울로, 만주로 가던 길목이자 물고기들의 물목이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차단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러나 이 강을 떠나지 못하는 20명의 어부가 있다. 북한과 불과 16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허가받은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지만 봄이 되면 황복, 실뱀장어가 올라오고 사시사철 물고기들이 손님처럼 찾아오는 임진강을 그들은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임진강에서 가장 오래된 53년 경력의 어부 최영선(70) 할아버지 역시 한없이 베풀어주는 강이 든든한 은행같이 느껴진다는데....
▲ 인생을 낚는 어부들
모두가 살기 어려웠던 5~60년대, 최영선(70) 할아버지는 7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아버지와 단둘이 고향을 떠나 임진강 어부가 되었다. 오래 전부터 임진강은 수많은 물고기들의 산란장이자 육지로 향하는 물고기들이 거쳐 가는 정거장이었기 때문이다. 집도 없이 배에 움막을 짓고 땅굴을 파 추위를 견뎌냈지만 그 시절을 견뎌냈기에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키울 수 있었다는데...
물길을 훤히 꿰고 있어 언제 어떤 고기가 잡히는지 아는 최영선 할아버지는 잡은 고기를 장에 나가 팔기도 하고 다른 어부들과 나눠 먹기도 한다. 어부들은 강에서 물고기만 잡는 게 아니다. 자식, 아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인생을 낚는 것이다.
▲ 봄이 가득 찬 어부의 그물
겨우내 얼었던 강이 녹으면 파주시 어촌계는 떠들썩해진다. 봄이 오는 것만큼 어부들에게 설레는 소식이 있을까? 봄철 고기잡이를 하기 위한 최영선(70) 할아버지의 손길도 분주해졌다. 농사꾼이 1년의 농사를 준비하듯이 어부들도 찢어진 그물을 손질하고 배를 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고기만 잡아도 부족한 시간이지만 그 옛날 그물을 밤새도록 직접 짜던 때에 비하면 세상이 편해졌다는데...
얼음장이 얼었어도 마음만은 언제나 강에 가 있었던 최영선 할아버지는 따뜻한 봄날, 오늘도 햇살에 이끌려 임진강으로 향한다. 과연 최영선 할아버지는 봄맞이 첫 조업에서 얼마만큼 그물을 채울 수 있을까?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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