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좌파 아이콘’으로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꼽혔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결국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로 추락했다.
7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연방법원의 체포명령이 집행됐다. 지난 2009년 정부 계약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복층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와 돈세탁 등의 혐의로 9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올해 1월 말 2심 재판에서는 12년1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변호인단은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전체회의에서 찬성 5명, 반대 6명으로 기각했다. 기각 결정이 나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체포명령이 강행됐다.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룰라 전 대통령은 체포·수감되면서 전직 대통령으로 첫 부패 수감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3선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판세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을 대신해 다른 후보를 내세우는 이른바 ‘플랜B’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파울루시장을 지낸 페르난두 아다지, 북동부 바이아주지사였던 자케스 바기네르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룰라 전 대통령이 출마하지 못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 조사에서는 사회자유당(PSL) 소속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연방하원의원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왔다.
브라질 대선은 1차 투표일이 10월7일이고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10월28일 결선투표로 승부를 가린다
중도 좌파 성향인 룰라는 집권 후에도 과감한 중도실용 노선으로 돌아서 국가 부도 위기로 치닫던 브라질 경제를 회생시켰다. 집권하던 2003년부터 2008년 사이 브라질은 연평균 5%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분배정책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둬 2,800만명의 브라질 국민이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덕분에 룰라 전 대통령의 퇴임 당시 지지율은 80%를 넘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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