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주변 방세가 치솟으면서 대학생들의 원성을 사는 가운데 급기야 충북 제천에서 방세 인하를 요구하는 충북 제천 세명대 학생들이 가두시위까지 하고 나섰다. 값비싼 등록금도 버거운 판에 방세까지 고공 행진하자 대학생들은 지역 주민이 대학가라는 이점을 악용, 학생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한다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세명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대학 주변에 있는 크고 작은 원룸 125곳 중 월세가 확인된 92곳을 대상으로 월세 실태를 조사했다. 총학생회는 제천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지리적 환경을 고려할 때 월세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명대 주변 원룸은 1년치 방세로 350만원∼400만원을 요구했다. 일부 신축 원룸의 경우 월세가 600만∼7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원룸 대부분은 1년치 방세를 한꺼번에 요구했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학교 주변 원룸 방세가 제천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싼 데다 방학 기간 월세도 요구,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불만이다. 총학생회의 인하 요구에 따라 원룸 40곳은 인하 계획을 밝혔지만 거절한 곳도 58곳이나 됐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방학을 제외하면 실제 사용하는 기간이 1년에 고작 7개월인데 대부분 12개월 방세를 한꺼번에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대학가 원룸이 한정돼 있다 보니 갑질을 한다”고 강조했다. 총학생회는 지난달 29일과 지난 5일 두 차례에 걸쳐 대학 주변 원룸 가격 인하를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원룸 업주들은 실정을 모르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일부 신축 원룸들의 월세가 비싼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 원룸이 공실이 많아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원룸 업주는 “보증금도 안 받고 공과금까지 월세에 포함돼 월세가 그리 비싼 건 아니다”라며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원룸들은 가격을 낮춰도 방을 채우지 못해 공실이 많다”고 항변했다. 제천의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공과금이 월세에 포함된다는 걸 고려하면 턱없이 비싼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천 도심의 원룸 월세(공과금 제외)는 25만원에서 45만원 수준으로 대학가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방세를 놓고 대학생들과 원룸 주인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대학 기숙사 수용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북의 13개 4년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29.6%다. 충북 대학생 10명 중 7명은 학교 밖에서 원룸 등을 이용해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정부도 대학생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통한 기숙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올해 상반기 중 국토계획법 시행령을 개정, 학교 내 기숙사의 용적률을 250%까지 높이기로 했다.
세명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도 필요하다”며 “원룸 업주들과 협의해 합리적인 방세를 정해 상생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