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의 두마 지역에 대한 무차별 화학무기 공격 의혹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미군 철수 발언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1년 전처럼 강력한 군사대응에 나설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정부군의 비행장이 미사일 공습을 받아 이란 병력을 포함해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미 국방부는 이번 공습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미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전화회담 직후 성명을 통해 “시리아의 끔찍한 화학무기 공격을 양국 정상이 모두 강하게 규탄”했으며 “강력한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AFP통신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앞서 트위터에서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시리아에서 아무 이유 없는 화학 공격으로 숨졌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이란은 짐승 같은 알아사드를 지지한 책임이 있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도 “알아사드 정권과 그의 후원자들은 야만적인 행동을 멈춰야 한다”며 “미국 대통령이 말한 대로 책임 있는 자들에게는 큰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시리아 철군 카드를 내비쳤던 트럼프 행정부가 언론과 공화당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적극적인 군사개입을 시사한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문제로 지금까지 7조달러를 낭비했다”며 “조만간 시리아에서 철수할 것이다. 다른 이들이 시리아 문제를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원로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시리아로부터 조기 철군할 것이라는 신호를 전 세계에 보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확인하는 대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군 비행장을 순항미사일로 공격했던 것처럼 시리아 공군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공습을 명령하거나 전투를 지휘하는 시리아군 사령부를 타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타스통신은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9일(현지시간) 새벽 시리아 중부 홈스주에 있는 T-4 공군기지를 이스라엘 공군 F-15기 2대가 공습했으며 미사일 8발 가운데 5발은 시리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에 이어 시리아도 이스라엘 전투기가 T-4 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며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이번 공습으로 이란 병력을 포함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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