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언주
어물전 한 편에 짝지어 누운
한물간 고등어
속 다 덜어내고 상처에
굵은 소금 한 줌 뿌려
서로의 고통 끌어안고 있다
무슨 연으로 먼 바다를 떠돌다 한 생이 끝나도록 저렇게 누웠을까 지아비 품 크게 벌려 아낙의 푸르딩딩한 등짝 안고, 빈 가슴으로 파고든 아낙 짭조름하게 삭아 간다
남세스러운 줄도 모르고
대낮부터 포개고 누워있는 저
부부
눈도 깜박 않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등짝에 파도 문신 새기고 기세등등하던 지아비, 동해 바다 가르던 지느러미 칼도 한 뼘 좌판 위에선 어째 다소곳하구나. 살아서 제 속 채우느라 애쓰다, 속 비고 나니 돌아와 제 아낙 안는구나. 평생 애 끓던 아낙도 속 덜어내고야 굽은 등 편히 맡기는구나. 평생 무리 속에 사느라 둘이 담쏙 안아보기도 우세스럽긴 했으리라. 이제 둘이서 눈도 깜박 않고 바라보는 곳은 살아온 길인가, 접어든 길인가? 소금 한 줌 더 뿌려도 이제 쓰리지 않다. 푸르딩딩한 날들, 짭조름한 날들 고스란히 바다에 두고 왔다. 살아 있는 그대들, 쓰리거나 사랑하거나!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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