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자신의 국정농단 재판을 최순실씨 재판부에서 떼어 내 쟁점이 전혀 겹치지 않는 경영비리 사건과 병합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 횟수를 한번으로 줄여 형량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11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신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을 기존 롯데 총수 일가 경영비리 사건과 병합해 심리하기로 결정했다. 신 회장은 당초 이달 4일부터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함께 재판을 받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지난달 29일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심리를 맡은 법원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에 사건을 형사8부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고, 법원은 지난 2일 이를 승인했다.
신 회장이 이렇게 사건 병합을 추진한 것은 두 번의 재판으로 형을 두 번 받는 것보다 하나의 재판부에서 하나의 형을 받는 것이 형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경영비리 사건 1심에서 상당수 혐의를 무죄 받으며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70억원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받고 바로 법정 구속됐다.
법원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피고인이 사건 병합을 요청하면 별다른 사정이 없는 이상 법원이 그 요청을 받아들이는 편”이라며 “사건 병합 이후에도 필요하면 기일을 따로 잡거나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신 회장의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비리 사건간 쟁점과 증인이 거의 겹치지 않고 각 사건마다 다른 피고인이 많아 재판 진행이 다소 복잡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의 가장 핵심은 뇌물 혐의인데, 뇌물 수수-공여자 관계인 최씨와 신 회장을 분리해 따로 형을 내리게 되면 두 판결 중 최소 하나는 상고심에서 파기 환송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심 재판부를 교체해 유리한 판결 유도를 시도한 국정농단 주범은 신 회장뿐이 아니다. 최씨 역시 지난달 7일 같은 법원 형사3부(부장판사 조영철)에 법관 기피 신청을 냈다. 해당 재판부가 불공정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지난해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학사비리 사건 항소심을 담당해 1심과 같은 징역 3년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최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재판부 구성원과 안 전 수석 변호인 사이에 연고 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재판부를 형사4부로 바꿨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