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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인구가 아닌 가구를 보라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가구(household)는 경제행위의 기본단위가 된다. 특히 주택을 수요하는 것은 인구수보다는 가구수와 가구의 형태가 좌우한다. 예를 들면 10명이 한 집에서 경제생활을 영위하면 10명이 거주하는 주택 한 채가 필요하지만 10명이 각각 따로 살면 열 채의 주택이 필요하다. 전자는 인구가 1천만명이라도 1백만채의 집이 필요하지만 후자는 1천만채의 집이 필요하다.

1980~90년 대는 인구수와 가구수가 모두 증가할 때이므로 인구와 가구를 굳이 구별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지난 2000년부터 인구수와 가구수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인구와 주택수요를 헷갈리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런데 향후 20년은 가구가 그 형태나 수에 있어서 더 큰 변화를 보일 전망이다.

첫째, 가구수 증가 모멘텀이 약화된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인구는 600만명 증가했는데 가구는 570만 가구가 증가했다. 가구수가 20년간 40% 증가하고, 연평균으로는 1.7% 증가한 셈이다. 그런데 2020년부터 향후 20년간은 양상이 달라진다. 가구수는 여전히 210만 가구가 많아지지만 증가율은 10%에 그친다. 연평균복리로 0.5% 증가한다. 증가속도가 과거 20년의 1/3에도 미치지 못한다.

둘째, 고령 가구가 급속히 증가한다. 2000~2020년은 가구주가 30대인 가구는 97만 가구가 감소했다. 반면에 40대 가구 40만, 50대 가구 220만, 60대 가구 190만, 70대 가구 130만, 80대 이상 가구 90만이 증가했다. 그 중 50대 가구 증가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2020~2040년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0대 가구는 또 100만 감소하며, 덧붙여 40대 가구 100만, 50대 가구가 90만이나 감소한다. 반면에 60대 가구는 90만, 70대 가구 230만, 80대 이상 가구가 210만 가구 증가한다. 주택시장에서 구매력을 가진 40~50대 가구는 190만 줄어드는 반면, 구매력이 약한 70대 이상 가구는 440만이나 증가하는 셈이다. 70대 이상 가구는 2020년 전체 가구수의 15%에서 2040년에는 34%로 증가한다.



셋째, 1~2인 가구가 지배가구가 된다. 2000년에 1~2인 가구는 500만, 3인 이상 가구가 950만으로 1~2인 가구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이러던 것이 2020년에 1~2인 가구는 1,180만 가구로 급증하고, 3인 이상 가구는 840만으로 줄어 든다. 향후에도 이 추세가 지속되어 2040년에는 1~2인 가구가 380만 증가하여 1,560만(전체 가구의 70%)이 되는 반면 3인 이상 가구는 670만으로 오히려 170만 가구가 줄어든다.

복잡하게 나열된 숫자를 정리해보자. 향후 20년간 인구는 정체이지만 가구수가 210만 가구 증가하기 때문에 주택시장에는 우호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구수 증가의 모멘텀이 과거 20년에 비해 약화되며, 덧붙여 가구 구성이 취약해진다. 세대 구성이 고령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주택구매력이 있는 가구가 줄어들고, 1~2인 가구 비중이 많이 증가하면서 이미 만들어진 큰 평수의 고가 주택을 이들 1~2인 가구가 받쳐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구구조 변화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많은 논란들이 있었다. 인구가 줄어들지도 않았고 본격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지 않은 마당에 결론은 성급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인구요인 이외에 가구요인이 중요하다. 향후 주택시장을 알고 싶으면 가구구조 변화를 눈 여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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