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은 검찰에 수사 지휘를 해서는 안 됩니다.”
조국(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의 취임(지난해 5월11일) 일성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지위를 남용하며 정치 계산에 따라 수사 지휘를 해 구속된 상황에서 수사 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는 ‘새로운 민정수석’ ‘검찰개혁 선봉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정도로 국민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만 16세 때 서울대 법대에 최연소 입학하고 트위터와 TV 연설, 토론회에서의 날카로운 권력 비판 이력이 주목받으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연말에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여당의 부산시장 차출설까지 흘러나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정말 제대로 할 것 같았던 조 수석이지만 취임 1년이 다 돼가며 국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태.
첫째로 검증이 부족했고 둘째로 “적법한 행위이므로 해임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안일한’ 상황 인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이 김 원장 임명에 앞서 200여개 질문을 던져 정밀 검증하고 의혹이 제기된 후 지난 6일부터 나흘간 추가로 검증을 마쳤다고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국회의원 임기 말 정치후원금 땡처리 등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거지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받아들이지만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고 있다. 국민 정서를 감안하지 않은 청와대의 오만으로 들린다.
그동안 발생했던 고위공직자 낙마 사례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인사가 계속 발목을 잡는다”며 “벌써 몇 번째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인사검증에 문제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조 수석을 향해 화살이 쏟아진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낙마한 장차관급 인사는 국가안보실 2차장에 내정됐던 김기정 연세대 교수를 시작으로 최근 최흥식 전 금감원장까지 총 9명에 이른다.
대통령 개헌안 처리도 깔끔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토지공개념과 관련해 ‘법률로써’라는 문구를 법제처 심사를 반영해 초안에 추가했지만 공지하지 않았다. 헌법 원칙에 따라 당연한 사안을 명확히 한 것뿐이어서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헌법에서 문구 하나하나가 갖는 중요성, 토지공개념에 대한 반발이 심한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대통령 개헌안을 총괄했던 민정수석실이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문제는 넉 달에 걸친 공론화위원회에서 수차례 TV토론까지 하는 등 꼼꼼한 절차를 거쳤지만 개헌안은 불과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짜는 등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외에도 조 수석이 검찰의 수사에 개입하지 않다 보니 아예 검찰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꾸준히 나오는 지적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전병헌 전 정무수석이 현직에 있을 때 검찰이 수사를 개시한다는 사실을 민정수석실도 새벽에 조간신문을 보고 파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비서실장에게 한소리를 들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문무일 검찰총장이 “실효적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자연스럽게 조정이 이뤄진다”며 공개적으로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청와대가 이에 다시 반박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조 수석의 거중조정 역할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학자 출신이다 보니 발을 땅에 딛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연초 암호화폐에 대한 조 수석의 입장이 단적인 예다. 당시 청와대 내 회의에서 조 수석은 “암호화폐는 명백히 도박이므로 거래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초강경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법학자라는 평가와 함께 현실과 동떨어진 감이 있다는 악평이 동시에 나왔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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