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 종신 위원 3명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파문의 미온적 대처에 항의해 집단 사직하면서 노벨상의 명성에 금이 갈 위기에 처했다.
미국 AP와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노벨재단은 11일(현지시간) 긴급 이사회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스웨덴 한림원을 둘러싼 논란으로 스웨덴 한림원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노벨상의 국제적 명성도 위기에 처한다고 우려했다. 노벨재단은 “이번 사태로 스웨덴 한림원의 위기는 물론 노벨상 명성의 악화도 피할 수 없게 됐으며 스웨덴 한림원의 신뢰도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노벨재단은 “스웨덴 한림원은 신뢰 회복을 위한 특단의 행동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미투 캠페인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와중에 일어났다. 18명의 여성이 프랑스계 스웨덴 사진작가인 장 클로드 아르노에게 지난 1996년부터 2017년까지 성폭력 또는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스웨덴 한림원 종신 위원 3명은 지난 6일 아르노의 부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을 스웨덴 한림원 위원에서 해임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투표에서 부결되자 집단 사퇴한 것이다.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은 현재 성폭력은 물론 노벨상 수상자 명단 사전 유출 혐의까지 받고 있다.
지난 1786년 구스타프 3세 국왕이 설립한 스웨덴 한림원은 모두 18명의 종신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들이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석하지 않는 경우는 있지만 위원직을 아예 사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다.
노벨재단 이사들은 스웨덴 한림원에 대해 “한림원의 신뢰 회복과 노벨상의 명성 보호는 물론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정하기 위한 대책들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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