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거 비핵화 사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한반도 현실에 맞는 새롭고 창의적인 ‘한국형’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종연구소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냉전 구조 해체전략’을 주제로 ‘세종국가전략포럼’을 개최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향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과정에서 적용할 다양한 제안을 내놨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로드맵 : 한국형 해법의 모색’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외국 사례가 주는 시사점들을 고려하여 한국형 해법을 창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포럼 발표에서 “많은 분이 외국 사례에서 우리의 해법을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실제로는 조건이나 환경 등이 가장 우리와 가까운 것은 6자회담에서의 (2005년) 9·19합의를 통한 비핵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형 해법’과 관련해 조 위원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행해야 할 비핵화 대상들과 한미가 북한에 제공할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안전 보장 방안들을 모두 망라하는 ‘포괄적 합의’를 이룬 뒤, 북미정상회담에서 핵 폐기와 교환할 보상의 내용을 규정한 ‘일괄적 타결’을 시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괄적 타결’은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을 현재·미래의 핵, 과거의 핵,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3개의 패키지로 구분해 폐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한다. 이후 비핵화 실무회담을 통해 3개 패키지별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가급적 빠른 기간 안에 수행한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통해 완료하는 ‘단계적 이행’을 추진하는 방식이라고 조 위원은 덧붙였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발표에서 “리비아식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양자간 회담에서 계속 고집할 사안은 아니다”며 “오히려 미국이 협상을 앞두고 최대치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김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를 큰 틀에서 합의하고, 추상적 수준에서 (비핵화 관련) 적절한 시기를 정리하는 정도면 최대치의 성과”라며 “보상 부분은 단계적 이행에 맞춰 행동 대 행동으로 보상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남북한 간의 정치적·군사적 신뢰 구축 방안과 향후 교류협력 재개 전략도 논의됐다. 문장렬 국방대학교 교수는 발제문에서 남북 간 정치적 신뢰 구축을 위한 접근법으로 “북한의 핵무기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를 위협 판단을 기초로 수립한 안보정책의 산물임을 이해한다면 패전국의 무장해제처럼 비핵화에 접근하지 않고 더 효과적인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현재 ‘중무장화’된 비무장지대(DMZ)의 비무장화와 남북 공동 정찰 방안을 거론하며 “최선의 가시적인 초기 신뢰구축 조치가 될 것”이라고도 제안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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