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이 시리아에 날아갈 것’이라는 트럼프의 말 너머에는 불확실성이 있다.” (뉴욕타임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대(對) 시리아 군사작전 계획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공조 의사를 밝히면서 시리아를 둘러싼 열강의 세력분포가 ‘미국·영국·프랑스’ 대 ‘러시아·이란’의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서방국가들이 확전을 막기 위해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군만 겨냥한 제한적 타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시리아 전역의 러시아 기지를 오폭할 경우 미·러 간 정면충돌로 번질 수 있다. 지난 1999년 코소보 사태 당시 미국의 주중대사관 오폭으로 인한 긴장이 재연될 수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BBC방송 등은 미국·영국·프랑스 정부가 11일(현지시간) 시리아 군사작전을 실제로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정보를 동맹국과 평가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결단한다면 군사 옵션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메이 영국 총리는 시리아 군사작전 결정을 위해 12일 긴급 각료회의를 예고했으며 공습 시 의회 승인을 요구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도 시리아 주변의 요르단·아랍에미리트(UAE)에 폭격기를 두고 있어 언제든 공습에 나설 수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군사대응에 합류하면서 이를 주도했던 미국이 빠지기는 어려운 모양새가 됐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공방을 예방하기 위해 영국 의회가 개원하기 전인 오는 14~15일께 군사작전이 시행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단 외신들은 미·영·프 3개국이 러시아와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아사드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기지 등을 제한적으로 타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0일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생산시설이 공격 대상”이라고 명시했으며 메이 총리도 이날 “책임은 아사드 정권에 있다”며 러시아와 선을 그었다. 미국도 지난해 4월처럼 러시아에 공습계획을 사전 통보함으로써 러시아와의 군사 충돌을 방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쟁에는 항상 ‘만에 하나’가 있다며 러시아 기지 오폭으로 인한 확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결정’의 시한으로 제시했던 48시간 동안 아사드 정부군은 러시아 기지로 피신한 상태다. 더구나 아사드 정부군이 장악한 지역에는 지원세력인 러시아의 군사기지가 곳곳에 있다. 앤드루 태블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는 모든 시리아 기지에 러시아인이 있다고 주장한다”며 “만약 러시아인이 사망하게 되면 러시아와의 정면대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코소보 사태 당시의 미국과 중국 간 군사 긴장이 미·러 관계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세르비아 정부의 민족청소를 겨냥해 대규모 폭격에 나섰던 미국은 1999년 4월 유고슬라비아 수도 벨그라드의 중국대사관을 오폭했다. 중국인 사상자가 발생하자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교류를 중단했으며 잇따르는 반미시위에 주중 미대사가 대사관에서 옴짝달싹도 못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코소보 사태 때는 중국이 당사국이 아니라서 외교적 마찰로 끝났지만 러시아의 경우 시리아 내전 문제에 직접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아사드 정부군이 미사일을 격추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길어야 1주일’을 예상했지만 72일의 장기폭격으로 이어진 코소보 사태의 악몽이 시리아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지속되지면서 국제유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2.0% 상승한 66.82달러에 거래를 마쳐 3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1.4% 오른 72.06달러에 거래됐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