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달러에 연동된 홍콩달러 환율이 12일 33년 만에 최고치(가치하락)를 기록하며 지난 2005년 상·하한선 도입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상한선을 찍었다. 시장이 홍콩 금융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2008년 미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어 홍콩시장에 몰려들었던 투자금과 국가 간 금리차이를 노린 캐리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홍콩달러 환율은 장 초반부터 미달러당 7.85홍콩달러에 거래되면서 1984년 12월 이후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달러 환율이 거래범위의 상한선을 찍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달러 환율은 1983년 이후 미달러당 7.8달러에 연동하는 페그제가 적용돼왔으며 2005년에는 7.75~7.85홍콩달러로 거래 상·하한선이 설정됐다.
지난해 초까지도 7.75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며 강세를 유지한 홍콩달러는 올 들어 7.8홍콩달러를 넘어서면서 가치하락 기조가 뚜렷해졌다. 3월 이후에는 7.83홍콩달러 선이 깨지면서 페그제 상한선인 7.85홍콩달러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시장 예상보다도 약세 흐름이 더 빠르게 진행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1년간의 급격한 가치하락이 홍콩과 미국 간 금리차이 확대에 따른 캐리 자금 유출의 여파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올해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 이후 향후 2~3년간 꾸준히 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홍콩달러가 당분간 약세 기조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경제의 투자창구 역할을 해온 홍콩금융시장에 몰렸던 글로벌 투자금들이 수익을 챙기고 빠져나가는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홍콩 금융당국은 물론 홍콩 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국 지도부도 당장은 홍콩달러 약세를 큰 위험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나친 홍콩달러 약세가 자칫 중국 위안화와 외환보유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해 적절한 시점에 홍콩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노먼 찬 홍콩금융관리국(HKMA) 총재는 지난달 홍콩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기자회견에서 홍콩달러 약세로 환율이 밴드 상단을 찍으면 홍콩달러를 매입하는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홍콩 금융관리국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홍콩달러 시장에 개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 보도했다. HKMA는 홍콩 달러가 더 약해지지 않게 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1억400만 달러어치의 미국달러를 매도했다고 발표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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