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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코발트 대란





15세기 조선 시대에는 왕실 도화서 화공들이 백자 위에 푸른색 물감으로 일일이 무늬를 그려 청화백자를 만들었다. 여기에 사용된 안료가 바로 ‘회회청(回回靑)’으로 불린 코발트다. 이슬람권에서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천연 코발트는 이슬람 상인들이 아프리카에서 채취한 것으로 이슬람 왕실에서 특별 관리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조선 전기의 수필집 용재총화에는 ‘회청은 드물고 귀하여 중국에 구하여도 많이 얻을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코발트 안료가 너무 비싸다 보니 영조 때는 도자기에 코발트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고 관리가 청화백자를 사용하면 곤장 80대에 처한다는 규정까지 만들었다.

코발트는 옅은 푸른색을 띠는 은회색 금속원소다. 지각에 약 0.0025%만 존재해 예나 지금이나 몸값이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4,000년 전 고대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처음으로 유리에 코발트블루를 붙이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코발트라는 이름은 16세기 은광석 비슷한 돌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제련이 힘들다 보니 ‘kobold(악귀·도깨비)’가 붙어 있기 때문이라고 독일 광부들이 믿은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1735년 스웨덴의 게오르그 브란트가 처음으로 새로운 원소임을 밝혀냈다.



아프리카 대륙의 ‘구리벨트’가 지나는 콩고민주공화국은 세계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코발트의 보고’다. 세계 코발트 생산 1위부터 3위까지의 광산이 이곳에 몰려 있다. 코발트는 리튬과 함께 전기차배터리의 핵심원료로 많이 쓰이는데 내전 등 정치적 불안으로 툭하면 생산과 유통이 막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나 휴대폰 배터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코발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헤지펀드까지 사재기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등 극소수 기업이 유통을 독점한 상황에서 코발트를 ‘분쟁 광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는 코발트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자원 개발은 이제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의 생존이 걸려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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