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은 12일(현지시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상대로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권에 호의적인 여론을 구성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내 러시아 스파이 암살사건의 배후를 러시아로 특정하고 주미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대러 강경책을 꺼내 들기 시작한 지난달은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하원 보궐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시기다. 여기에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러시아가 대선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러시아 커넥션 특별수사도 조만간 종결돼 여론을 다독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외신들도 러시아를 겨냥한 ‘말폭탄’을 던진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는 러시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알아사드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기지 등을 ‘보여주기’식으로 제한 타격하는 선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시리아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특별 핫라인이 운영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라는 급한 불을 끈 후 다시 러시아에 유화 제스처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3선을 축하하기 위한 전화 회담에서 참모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정상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제안은 아직 유효한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쟁에는 항상 ‘만에 하나’가 있다며 러시아 기지 오폭으로 인한 확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정부가 실제 시리아 군사작전에 나서는 과정에서 우발적 충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시리아 군사작전 결정을 위해 12일 긴급 각료회의를 예고했으며 공습 시 의회 승인을 요구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14~15일께 군사작전이 시행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 결정’의 시한으로 제시했던 48시간 동안 알아사드 정부군은 러시아 기지로 피신한 상태인데다 알아사드 정부군이 장악한 지역에는 러시아 군사기지가 곳곳에 있다. 앤드루 태블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는 모든 시리아 기지에 러시아인이 있다고 주장한다”며 “만약 러시아인이 사망하게 되면 러시아와의 정면대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코소보 사태 당시의 미국과 중국 간 군사 긴장이 미러관계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세르비아 정부의 민족청소를 겨냥해 대규모 폭격에 나섰던 미국은 1999년 4월 유고슬라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중국대사관을 오폭했다. 중국인 사상자가 발생하자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교류를 중단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됐다. 코소보 사태 때는 중국이 당사국이 아니어서 외교적 마찰로 끝났지만 러시아의 경우 시리아 내전에 직접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알아사드 정부군이 미사일을 격추한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길어야 1주일’을 예상했지만 72일의 장기폭격으로 이어진 코소보 사태의 악몽이 시리아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2.0% 상승한 66.82달러에 거래를 마쳐 3년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1.4% 오른 72.06달러에 거래됐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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