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조현아 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집행유예가 확정된 지, 석 달도 채 안 된 시점에 대한항공을 담당하는 광고 회사 직원 얼굴에 물을 뿌리는 등 ‘광고주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
지난달 중순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음료수 병을 벽에 던지고 광고회사 직원 얼굴에 물을 뿌렸다는 글이 익명 게시판에 올라왔다. 직원이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자 조 전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는 것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대한항공 측은 조 전무가 종이컵을 바닥에 던지면서 물이 튀었을 수는 있지만 직원 얼굴에 물을 뿌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해 여론은 더욱 싸늘했다.
이후 광고업계 관계자들의 조 전무 ‘갑질’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복수의 매체와 광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 전무가 대한항공 광고를 맡으면서 여러 광고대행사에게 비슷한 고압적인 태도를 했다고 밝혔다.
나이가 지긋한 국장들에게 반말은 예사였고, 대한항공 직원에게 ‘너를 그러라고 뽑은 줄 아냐’는 식의 발언도 서슴없이 했다고 한다. 직접 조 전무와 일한 경험이 있는 광고제작사 관계자는 “회의 때 화가 나 테이블에 펜을 던졌는데, 펜이 부러져 회의 참가자에게 파편이 튄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인격모독에 가까운 ‘갑질 논란’은 이번 한 건 만이 아니었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수 분간 소리 지르며 ‘꺼지라’고 한 적도 있으며, 차 키를 직원에게 던지며 발레파킹을 맡긴 적도 있다”고 전했다.
갑질논란이 거세지자, 조 전무가 사과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조 전무가 해당 광고팀장에 보낸 문자 메시지 내용도 공개됐다.
그는 “망설이다가 직접 사과를 드리는 게 도리인 것 같아 문자를 보낸다”며 “지난번 회의 때 제가 정말 잘못했다. 광고를 잘 만들고 싶은 욕심에 제가 냉정심을 잃어버렸다”고 사과했다.
조 전무는 또 “정말 많이 후회했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시간이 많이 흘렀다”며 “이제라도 사과드리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이렇게 팀장님께 문자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필요하면 내일이라도 찾아뵙고 직접 사과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 전무의 갑질을 밝히고 회사 이름에서 ‘대한’이라는 명칭을 회수해야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얼굴에 물을 뿌리는 행동은 폭행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딸로 ‘땅콩 회항’ 사건으로 알려진 조현아 사장의 여동생이다. 현재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 외에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 한진관광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현아 사장은 최근 칼 호텔의 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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