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첫 신약으로 허가받은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 개발을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식약처에 올리타의 개발 및 판매를 중단한다는 계획서를 제출하고, 향후 절차와 관련해 식약처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13일 밝혔다. 올리타는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로 기존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사용한다. 2016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3상 시험을 전제로 27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한미약품은 올리타 개발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 경쟁 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어 올리타의 임상 3상 진행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타그리소가 지난해 말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받으면서 올리타의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이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임상 3상을 마치고 보험까지 적용되는 약물이 존재해 임상시험 참여자를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제 올리타는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임상 3상을 허가받았지만, 환자 모집이 미미해 3상을 시작하지 못했다.
한미약품과 식약처는 현재 올리타 임상시험에 참여하거나 처방받아 복용 중인 환자들이 불편이 없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한미약품 역시 환자들이 진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공급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올리타를 기술이전 받은 다국적제약사와의 계약 해지도 개발 중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올리타 권리를 반환받으며 글로벌 개발 속도가 늦어졌다. 또 최근엔 중국 파트너였던 자이랩과 계약이 종료돼 세계 최대 폐암 시장인 중국에서의 임상 3상도 불투명해졌다. 이에 한미약품은 올리타 개발을 완료하더라도 혁신 신약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할 것으로 판단해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향후 투입해야 하는 연구개발 비용 대비 신약가치가 현저하게 하락했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택과 집중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다른 20여개의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나름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개발을 시작한 건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보다 앞섰지만, 기술수출 계약 해지 등으로 임상이 지연되면서 사실상 이들 약품보다 개발이 뒤쳐졌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임상 3상을 강행하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도 판단을 내렸으리라는 분석이다. 대개 신약 개발은 후기 단계로 갈수록 필요 자금이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신약 개발 비용 중 70%가 임상 3상에 투자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식약처는 한미약품이 올리타의 개발 및 판매 중단 계획서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달 말까지 올리타 임상시험에 참여하거나 처방받은 환자 등에 대한 안전조치 계획을 검토할 예정이다.
복지부 역시 치료를 위해 올리타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불편이 없도록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환자가 원하는 경우 타그리소 등과 같은 대체 의약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약물을 변경해도 건강보험 급여를 지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올리타를 타그리소로 대체할 때에는 부작용에 따른 변경에 한해서 건강보험 급여를 지속해서 받을 수 있게 돼 있으나 이번 사안의 경우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